승자도 패자도 울어버린 14년 만의 7차전+연장 승부…인삼공사 '트래블' 신화
인삼공사,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EASL 3관왕…스펠맨 34점 폭발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시즌 전 우리를 우승 후보나 강팀이라고 말한 분이 없었지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까지 선수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다. 챔피언결정 7차전까지 와서 우승한 것이 매우 값지고 기분 좋고 감사하다"(인삼공사 오세근)
"오랜만에 눈물을 많이 흘린 것 같다. '농구는 이제 아닌가 보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여기까진가 보다' 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감사하게도 팀에서 기회를 주셨다. 마지막에 선수들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연장으로 가서 이겨 정말 고맙다"(인삼공사 김상식 감독)
"6차전에 내가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올 시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잘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다. 우승하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SK 전희철 감독)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고, 시즌 중 열린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초대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석권하며 시즌 3관왕을 달성했다.
인삼공사는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종 7차전 홈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서울 SK를 100-97로 물리쳤다.
7전 4승제의 5일 6차전까지 SK와 3승 3패로 맞서던 인삼공사는 마지막 7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앞서 우승을 확정했다.
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 2011-2012, 2016-2017시즌을 포함해 통산 4번째 플레이오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 중 2016-2017시즌과 이번 시즌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이다.
이번 시즌 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1위를 차지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선 고양 캐롯을 4승 1패, 챔프전에선 SK를 4승 3패로 따돌렸다.
여기에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중 열린 동아시아 클럽대항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서도 초대 챔피언에 올라 '3관왕'을 이루며 리그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인삼공사의 김상식 감독은 프로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플레이오프 우승까지 지휘했다.
반면 정규리그 3위에 올라 전주 KCC와의 6강,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모두 3연승으로 통과해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 SK는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 준우승 상금은 5천만원이다.
이날 20점 13리바운드를 비롯해 시리즈 내내 맹활약을 펼친 인삼공사의 베테랑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94표 중 71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2011-2012시즌, 2016-2017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수상이다.
2008-2009시즌 KCC와 서울 삼성의 대결 이후 14년 만의 챔피언결정 7차전은 1쿼터부터 두 팀이 네 번의 역전과 세 번의 동점을 만들 정도로 치열한 양상이었다.
인삼공사에선 초반부터 스펠맨이 펄펄 날았고, SK는 최성원과 김선형이 맞불을 놨다.
인삼공사의 김상식 감독은 SK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려 할 때 적극적인 선수 교체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1쿼터 막바지 투입된 배병준이 알토란 같은 외곽포로 흐름을 인삼공사 쪽으로 돌렸다.
21-26으로 밀리던 1쿼터 마지막 공격에서 3점포를 꽂으며 추격의 신호탄을 쏜 배병준은 2쿼터 초반 연속 외곽포 두 방으로 32-30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엔 오세근이 득점과 리바운드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스펠맨의 폭발력도 이어지며 인삼공사는 전반이 끝날 때 53-48로 앞섰다. 스펠맨은 전반에만 21점 5리바운드를 몰아쳤다.
3쿼터 6분 30여 초를 남기고 인삼공사가 변준형의 속공 득점으로 63-52, 처음으로 두 자릿수 격차를 만들었으나 SK가 정규리그 MVP 김선형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며 반격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선형은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포함해 무려 19점을 넣어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펼쳤다.
3쿼터 1분 3초를 남기고는 자밀 워니의 골밑 슛으로 SK가 71-70 재역전까지 성공했으나 인삼공사는 74-71로 다시 앞서며 쿼터를 마쳤다.
정규리그 막바지와 플레이오프에서 수도 없이 10점 넘는 열세를 우습게 극복해 '역전의 명수'로 불리던 SK는 4쿼터 내내 뒤에서 인삼공사를 쫓다가 2분 42초를 남기고 최성원의 외곽포로 89-87 역전을 일궈내 트로피의 향방을 거듭 안갯속으로 빠뜨렸다.
인삼공사는 87-91에서 스펠맨의 호쾌한 덩크와 오세근의 골밑 슛으로 연속 득점해 1분 24초를 남기고 다시 균형을 맞췄고, 이후 두 팀이 모두 득점하지 못하며 연장전이 성사됐다.
7경기를 꽉 채워 치르고도 모자랐던 양 팀의 '끝장 승부'는 1차 연장전에서야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인삼공사가 98-97로 박빙의 리드를 잡은 31.1초 전 오세근이 볼을 다투던 허일영에게서 파울을 얻어내 던진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가며 쐐기 득점이 됐다.
인삼공사는 승기를 잡은 종료 3.4초 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캡틴' 양희종을 투입하며 왕좌 탈환을 알렸다.
인삼공사에선 20점 13리바운드로 활약한 오세근과 34점 14리바운드를 올린 스펠맨, 변준형(16점 6어시스트), 배병준(16점) 등이 활약했다.
김선형은 3쿼터 원맨쇼를 포함해 양 팀 최다 37득점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분투했으나 끝에는 웃지 못했다. 최성원은 25점, 워니는 20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야투 성공률에선 51%로 인삼공사가 SK(45%)에 근소하게 앞섰고, 리바운드는 인삼공사가 37개로 SK에 두 개 앞서는 등 기록에서도 두 팀은 팽팽했다. 다만 어시스트에선 인삼공사가 SK보다 11개 많은 26개를 기록했다.
3점 슛은 SK가 인삼공사와 같은 29개를 던져 하나 많은 11개를 꽂았고, 스틸은 SK가 하나 많은 7개를 남겼다.
이날 안양체육관엔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인 5천905명이 찾아와 명승부를 즐겼다. 챔프전 7경기엔 총 3만7천59명(평균 5천294명)이 들어왔고, 2∼7차전은 매진이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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