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콜 쏟아지는 K-배터리, 中 잡는다

김동욱 기자 2023. 5. 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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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속도 내는 K-배터리, 中 잡고 글로벌 톱 정조준] ① 합작·단독공장 신·증설 러쉬… 2030년쯤 성과 창출

[편집자주]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북미에 합작공장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노린 완성차 업체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들은 독자 공장도 함께 건설해 북미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및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한다.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배터리 개발이란 날개를 달고 세계 1위인 중국을 잡겠다는 의도다. 배터리 시장 확대로 소재 산업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지금, 배터리산업 전반에 걸쳐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오는 2030년쯤 세계 1위 중국을 역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러브콜 쏟아지는 K-배터리, 中 잡는다
②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살길… LFP·전고체 개발에 뛰어든 'K-배터리'
③대세로 떠오른 '배터리 소재'… 韓 핵심산업 반열 오른다
국내 주요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낸 결과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합작공장과 함께 독자 공장을 지어 세계 1위인 중국 업체들을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IRA 혜택 등에 힘입어 오는 2030년쯤엔 중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 목표는 '중국 추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혼다, 다국적 스텔란티스 등과 각각 북미에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GM과의 합작공장은 미국 오하이오(1공장·45기가와트시(GWh)) 테네시(2공장·50GWh) 미시간(3공장·50GWh) 등 3곳에 구축되며 1공장은 이미 완공됐다. 스텔란티스 및 혼다와의 합작공장은 각각 캐나다 온타리오(45GWh) 오하이오(40GWh)에 건설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에 최대 33GWh 규모 공장을, GM과는 30GWh 이상 규모의 공장(장소 비공개)을 각각 짓기로 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켄터키 1·2공장(총 86GWh) 테네시 공장(43GWh)을 짓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와 조지아 공장(35GWh)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은 완성차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IRA가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수요를 잡기 위해선 현지에 공장을 둔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이 필수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IRA의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 IRA는 북미 내 배터리 부품생산·조립, 북미 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에서 핵심광물 추출·가공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고 규정한다. 배터리 업체가 받는 AMPC는 kWh당 셀은 35달러, 모듈은 10달러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독자 공장 건설에도 힘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에 신규 원통형 공장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총 43GWh로 북미 내 배터리 독자 공장 중 사상 최대다. 삼성SDI는 북미 독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SK온은 2021년 3분기 말 조지아 1공장을 부분 가동한 뒤 단계별 증설을 거쳐 생산 능력을 10.2GWh까지 늘렸다. 조지아 2공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가동돼 11.7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늘리는 이유는 세계 1위인 중국을 추월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 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중국 업체였다. CATL이 점유율 37.0%로 1위이고 ▲BYD 13.6% ▲CALB 3.9% ▲궈시안 2.7% ▲신왕다 1.8% ▲파라시스 1.4% 등이다.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70.4GWh) 13.6% ▲SK온(27.8GWh) 5.4% ▲삼성SDI(24.3GWh) 4.7% 등으로 조사됐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점을 감안, 생산 능력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역전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추월, 2030년 안팎 예상… 든든한 정부 지원도 배경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 합작 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업계는 국내 업체들이 IRA 등에 힘입어 2030년쯤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업체들의 신규 공장 건설이 2025년 전후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공장 완공 후 수율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4~5년 후인 2030년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단독공장 등 신·증설 완료 시기를 2025년 안팎으로 정했다. 신·증설이 끝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 능력은 총 293GWh까지 늘어난다. 삼성SDI와 SK온도 비슷한 시기에 공장 건설을 마무리 짓고 각각 63GWh, 185.9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

중국 업체들도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북미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IRA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CATL의 IRA 보조금 수령을 방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제이슨 스미스 공화당 하원 세입위원장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에게 우려의 서한을 보냈다. CATL은 IRA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포드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자 한다.

정부 지원도 중국 업체들을 역전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2030년 배터리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이차전지산업 혁신전략'을 추진 중이다.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대한민국을 첨단기술 혁신과 연구·개발(R&D) 중심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의 국내투자를 이끌기 위해 5조원 규모의 세제·금융 지원과 특화단지 신규 지정을 추진한다. 배터리 아카데미를 신설해 2030년까지 1만600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하기도 한다.

국회도 배터리산업 지원에 나섰다.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대상에 배터리산업을 포함시킨 것. 지난 3월30일 통과된 이 개정안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설비 투자 세액공제비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한 게 핵심이다. 배터리업계는 개정안 통과로 국내투자 유도,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투자 촉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 매출·고용 확대 등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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