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이어 '바이오 신화' 쓴다···JY의 '초격차' 또 통할까 [biz-플러스]
JY, 美 출장서 파트너사 CEO 5명 만나
진입장벽 높지만 시장 반도체보다 2.7배 커
JY "출발점 보다 과감한 도전이 승패 갈라"
韓 글로벌 수출 점유율 1%···험지 공략 통할까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반도체에 이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낙점했다. 반도체 시장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크지만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도전이 쉽지 않았던 바이오 업계에서 ‘초격차’ 전략을 실행해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바이오 산업의 성공을 위해 ‘업계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장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업계 리더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삼성 구성원들에게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만이 승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의지를 다졌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출장 중인 이 회장은 미국 동부 일대를 방문해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 △조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바커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와 각각 회동했다. 이 회장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참했으며 대통령 일정이 마무리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이후 뉴저지주와 매사추세츠주 일대 바이오 기업들을 방문했다.
이번에 만난 기업들은 모두 삼성의 주요 고객이거나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창립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바이오 제약사 J&J는 삼성의 주요 고객사이며 BMS는 2013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처음으로 의약품 생산 발주를 넣은 인연이 있다.
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이자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가 직접 키워낸 바이오벤처 기업만 80곳이 넘는다. 코로나19 위기 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의약품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함께 기여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삼성에 모두 매각했지만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유럽 현지에 유통·판매하면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출장에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동행했다.
삼성이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2010년이다. 삼성은 바이오 산업을 이른바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신분이었던 이 회장이 사업 진출을 앞장서 이끌었다.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착수했다.
이후 주요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업 아래 과감한 투자, 압도적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목표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등 수성,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 도전, 바이오 산업에서는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라며 “바이오 분야에서도 반도체 못지않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자는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바이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향후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바이오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낙점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 규모가 삼성의 핵심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비교해 훨씬 크고, 인구 감소·고령화 등 환경 변화와 맞물려 시장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시장 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안착에 성공한다면 높은 진입 장벽은 새로운 경쟁자가 끼어들기 쉽지 않다는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국가 간 대항전’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비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발생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바이오 업계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시장은 2021년 기준 1조 4200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시장(5252억 달러)에 비해 2.7배나 크다. 바이오 시장은 매년 약 3~6%씩 성장해 2026년에는 1조 8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한정해도 2030년까지 연평균 15%씩 성장해 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은 생산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은 물론 장기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업계 내 신뢰·평판 구축이 필수적이다. 천문학적 투자 비용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 분야로 통한다.
첨단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며 고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헬스 분야 글로벌 수출점유율은 1.2%로 2016년(0.9%) 이후 7년 동안 고작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1위인 독일(11.2%)의 10분의 1 수준이다. 무역협회는 “팬데믹 이후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수출 규모와 수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에 집중된 신성장 수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바이오헬스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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