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노트]에이즈약, 치매에 재발견?…독성 치매물질 축적 막는다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2023. 5. 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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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약물 성분인 '미라비록'이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약물은 헌팅턴병과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이 헌팅턴병에 걸리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대상으로 4주간 셀센트리를 투여한 결과 잘못된 단백질폴딩(접힘)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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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서 '미라비록' 치매 유발 독성 단백질 감소
향후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용도변경 기대
ⓒ News1 DB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약물 성분인 '미라비록'이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약물은 헌팅턴병과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향후 미라비록이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용도를 바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8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의학연구소·치매연구소 연구팀은 이같이 밝히며 해당 연구 결과를 지난 4월 26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했다.

미라비록은 '셀센트리'(Selzentry 또는 Celsentri)라는 제품명으로 2007년 글락소스미클라인(GSK)과 화이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CCR5 수용체 길항제이다. 국내에선 2008년 GSK가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으나 2021년 허가취하 대상에 올랐다.

원래 우리 몸은 뇌와 척추에서 '자가포식' 작용을 하는 미세아교세포를 이용해 병원체나 잘못된 세포 또는 독성이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면역활동을 한다. 하지만 퇴행성 신경질환이 발생하면 미세아교세포에 문제가 생겨 잘못된 단백질 축적이 계속되고 정상세포에 해를 끼친다.

연구팀은 이 미세아교세포가 백혈구 표면에 있는 CCR5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단백질 제거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알고, CCR5 활성화를 억제하는 셀센트리를 적용한 것이다.

연구팀이 헌팅턴병에 걸리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대상으로 4주간 셀센트리를 투여한 결과 잘못된 단백질폴딩(접힘)이 줄었다. 또 치매에 걸리도록 조작한 쥐에서도 뇌 내 잘못된 단백질 축적도 줄었고 기억력, 물체인식 능력도 향상됐다.

아울러 셀센트리를 투여받은 쥐는 치료받지 않은 쥐에 비해 타우 단백질응집체가 감소했고, 뇌세포 손실 진행 속도도 늦췄다.

단백질접힘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고유하고 안정적인 3차원 구조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단백질접힘으로 단백질의 고유 기능이 결정되는데 잘못 접힌 단백질은 구조적인 이상을 일으켜 단백질이 만드는 세포, 조직 등에도 질병 등 영향을 준다.

특히 알츠하이머, 파킨슨, 헌팅턴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도 잘못접힌 단백질이 축적돼 발생하는데 영향을 준다.

다만 연구팀은 셀센트리가 아직 사람은 물론, 생쥐에서도 치매나 헌팅턴병을 예방하는데 도움 될지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경 퇴행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경로를 막을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가 퇴행성 신경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세아교세포가 질병의 물리적인 증상이 명백하게 나타나기 전부터 화학 물질을 방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헌팅턴이나 치매 같은 질병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선 환자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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