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인 타자 데리고 우승 못하면, 더 이상 핑계댈 것도 없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2023. 5. 8. 0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2회 LG 오스틴이 두산 최승용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렸다.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오스틴.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0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LG 입장에서 이 정도 외국인 타자면 '특A급'...우승의 마지막 퍼즐 될까.

LG 트윈스 팬들이 설레고 있을 듯 하다. 이런 외국인 타자를 데리고 야구를 한 게 언제적 얘기일까 싶을 것이다. "엄청난 타자도 필요 없다. 평균 이상 선수만 있어도 우승이 가능할텐데"라고 한탄해왔는데, 올해 새롭게 합류한 오스틴 딘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오스틴이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비로 인해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어린이날 매치 2경기를 치르지 못한 LG. 7일 열린 일요일 마지막 경기가 마치 결승전인 듯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1회부터 두산 선발 곽 빈이 흔들린 가운데, LG가 오스틴의 희생 플라이 타점으로 선취점을 따냈다. 이어 오스틴은 2회 박동원의 투런포로 점수차가 4-0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바뀐 투수 최승용을 상대로 두산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적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이 두 타석으로 4타점 경기를 완성하며 팀의 11대1 대승을 이끌었다.

7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1회 1타점 희생플라이 타구를 날린 오스틴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07/

오스틴은 올시즌 LG와 염경엽 감독의 운명을 좌우할 최종 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우승 전력이지만 늘 정규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맥 없이 무너진 LG.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타격은 바로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류지현 전 감독은 2021 시즌, 그리고 지난 시즌 2년 연속 외국인 타자를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가을야구를 했다. 큰 경기일수록 승부처, 화끈한 스윙을 해줄 중심타자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줄 외국인 타자가 없자 전력이 '훅' 떨어지는 느낌을 줬다.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두 시즌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고 떠난 로베르토 페타지니 이후 제대로 활약한 선수가 거의 없다. 조시 벨, 잭 한나한, 제임스 로니, 아도니스 가르시아, 토미 조셉, 저스틴 보어, 리오 루이즈, 로벨 가르시아까지 이름만 들어도 LG팬들을 열 오르게 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뛴 루이스 히메네스와 2020년 38홈런을 몰아친 로베르토 라모스 정도가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들도 시즌 도중 방출을 당했고 좋은 팀 성적을 책임지지 못했다.

7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1회 1타점 희생플라이 타구를 날리고 있는 오스틴.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07/

LG는 2020년대 들어 투수력이 급상승하며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 야수진도 신-구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지며 뎁스가 매우 두텁다. 한 야구인은 "LG 야수들은 야구를 알고하는 느낌"이라며 장기 레이스에서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작전 야구의 대명사' 염 감독까지 영입하며 단기전 악몽을 지우겠다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사실상 가을야구는 예약이라고 해도, 이를 부정하는 야구인들은 많지 않다.

관건은 오스틴이 시즌 끝까지 살아남아줘야 한다는 것. 가을야구에서도 지금처럼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쳐줘야 LG 우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질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라모스처럼 38개까지 때릴 거포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스윙이 힘차다. 20홈런 정도를 기대할만한 중장거리 타자다. 중요한 건 홈런보다 타점이다.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일단 지금까지는 합격이다. 25개로 타점 3위. 득점권 타율 4할로 리그 전체 4위다. 타율 3할3푼6리, 장타율 4할7푼3리, 출루율 3할8푼2리 성적도 나쁘지 않다.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LG 오스틴, 문보경.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04/

컨택트 능력이 좋아서 무지막지한 슬럼프에 빠질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시즌 29경기를 뛰는 동안 무안타 경기는 5경기 뿐이다. 안타 1개라도 매 경기 꾸준하게 때려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삼진은 19개로 10개팀 주전급 중심타자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100만달러 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70만달러 몸값은 '가성비'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수비는 외야든 1루든 평균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오직 방망이다. 10년이 넘게 찾아 헤메던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가 왔을 때, LG는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