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격추”

美 패트리엇 방어체계 첫 사용
지난 4일 키이우 상공서 요격
“러, 사용 금지된 백린탄 투하”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지대공 방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이용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 4일 밤 러시아 미그-31 전투기가 키이우로 발사한 킨잘 미사일을 패트리엇 방어 체계를 이용해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말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받은 패트리엇을 전장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 미사일을 실제 전투에서 사용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최첨단 무기 중 하나인 킨잘 미사일을 구형 패트리엇으로 요격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어로 ‘단검’이라는 뜻을 가진 킨잘은 최고 속력이 마하10(시속 1만2240㎞)에 달한다. 초고속으로 저고도 변칙기동까지 가능해 웬만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한다.

이를 의식한 듯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패트리엇은 구식이고, 러시아 무기가 세계 최고라 했지만 초음속 미사일에도 (패트리엇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게 확인됐다”며 “러시아에 한 방 먹인 것”이라고 말했다.

화염 휩싸인 바흐무트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화염에 휩싸인 바흐무트 영상.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 화염에 휩싸인 도시를 찍은 영상과 함께 “러시아가 바흐무트의 비점령지에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엄청난 불길과 연기를 발생시키는 소이탄의 일종이다. 파편이 인체에 닿으면 진화가 어렵고 살은 물론 뼈, 장기까지 녹인다. 연기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백린탄은 전투 보조 용도로만 쓸 수 있고,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 등에 살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영상을 분석해 촬영 장소가 “바흐무트 도심 서쪽의 어린이 병원 인근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격전지인 바흐무트 전선을 담당하던 러시아 민간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10일부터 부대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러시아 당국을 압박했다. 으름장이 통한 듯 러시아군은 “(와그너그룹의) 작전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탄약·무기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프리고진이 7일 밝혔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