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롯데]구단주 관심과 팬들 사랑에 다시 나는 '부산 갈매기'

이석무 2023. 5.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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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의 선전에 ‘야구도시’ 부산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야구팬으로 관중석이 가득 찬 부산 사직야구장. 사진=롯데자이언츠
[사직=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침 일찍부터 비가 쏟아지는 7일 부산 사직구장. 날씨는 부산 야구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남녀노소 팬들은 야구장 곳곳에서 우산을 펼친 채 경기가 열리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앞선 두 경기가 우천 취소된 상태였고 이날도 경기 개최가 불투명했다. 정오에 우천 취소가 공식 발표되자 수천 명의 팬들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 그들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2023년 프로야구 초반 ‘부산 갈매기’ 롯데자이언츠의 돌풍이 뜨겁다. 롯데는 지난 4월 20일 사직 KIA전을 시작으로 이달 2일 광주 KIA전 9연승을 질주했다.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11연승을 달린 이후 약 14년 9개월 만이었다. 날짜로는 5358일만이었다.

성적도 뒤따랐다. 2012년 4월 30일 이후 11년 만에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에서 4월을 마무리했다. 지난 3일까지 1위를 지킨 롯데는 4일 광주 KIA전부터 5~7일 사직 삼성전까지 4경기 연속 비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사이 연승을 달린 SSG랜더스에 선두를 내주면서 7일 기준 2위(15승 9패 승률 .625)를 달리고 있다.

롯데 돌풍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중 오너의 각별한 관심과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예가 있다.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선수단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선수와 코치진은 물론 트레이너, 통역, 훈련 보조 등 총 54명에게 헤어 스타일링 기기와 최신형 헤드셋을 전달한 것, 두 제품 모두 시중에서 약 70만원에 판매되는 고가 제품이다. 시중가로 계산해 약 3800만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선수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골라서 받았다. “지금처럼 ‘하나의 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후회없이 던지고, 치고, 또 달려주십시오.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쓰인 구단주의 애정어린 진심이 잘 담긴 편지도 있었다.

선수단은 큰 감동을 받았다. 최신형 헤드셋을 선물받은 래리 서튼 감독은 “대학 진학을 앞둔 딸아이가 얼마전 헤드폰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내가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 사주겠다고 거절한 바 있다”며 “때마침 구단주가 좋은 선물을 준 덕분에 딸에게 세계 최고 아빠가 될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긴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마무리투수 김원중은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선물로 선택했다. 그는 “구단주가 깊은 관심을 갖고 선수단을 챙겨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의 야구단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은퇴식에 직접 참석해 이대호와 그의 아내 신혜정씨에게 영구결번 반지를 선물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신인 선수와 가족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초청해 격려와 선물을 직접 전했다.

실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롯데 야구단의 모기업인 롯데지주는 구단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력 보강에 쏟아부었다. 자유계약선수(FA)인 포수 유강남, 내야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를 영입하며 팀의 취약한 부분을 메웠다. 이들은 나란히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고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완 토종 에이스 박세웅과 맺은 5년 90억원 다년계약까지 포함하면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만 290억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야구를 잘하니 ‘구도’ 부산이 다시 들썩인다. 지난달 30일 키움히어로즈와 홈경기 때 올시즌 처음으로 입장권이 매진됐다. 사직구장 관중석이 매진된 것은 이대호의 은퇴식이 열렸던 지난해 10월 8일 LG트윈스와 홈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올 시즌 사직구장 평균 관중수는 올해 1만307명. 지난해 877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롯데의 고공 행진이 이어질수록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평균관중 2만명 이상을 기록한 2010~11년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만하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설레발은 금물이다. 롯데는 ‘봄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있다. 봄에 반짝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급격히 추락한다는 의미다. ‘벚꽃야구’라는 수식어도 있다. 지난해도 시즌 개막 후 4월을 마친 시점에서 2위였지만 최종 순위는 8위였다.

롯데 선수단도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서튼 감독은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다”면서 “지금의 롯데는 운동 신경이 뛰어난 선수들로 이뤄졌고 불펜과 백업 선수층도 훨씬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전과 팀 색깔이 달라졌다”면서 “지금 구성원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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