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실험실 어부’가 뜬다, 배양육 이어 배양생선도 올해 허가 추진
3D 프린터로 원하는 모양대로 찍어내
생선살·새우살 올해 싱가포르서 허가 추진
어류 멸종 막고 환경, 소비자 건강도 보호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스테이크홀더 푸드(Steakholder Foods)는 지난달 24일 세계 최초로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세포배양 생선살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능성어(grouper)의 근육과 지방 세포를 3D 프린터로 쌓아 저민 생선살인 필레(fillet) 형태로 만들었다. 이날 시식회에서 참석자들은 세포배양 생선살 요리가 식감과 맛에서 실제 생선과 차이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실험실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인공 해산물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닭고기, 소고기 배양육과 마찬가지로 배양 생선은 물고기를 희생시키지 않고 해산물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다. 어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막고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항생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업체들은 올해부터 시판 허가를 받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험실 어부’가 등장하는 것이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첫 허가 예상
이번 세포배양 능성어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의 합작품이다. 이스라엘 스테이크홀더 푸드는 싱가포르의 우마미 미트(Umami Meats)로부터 열대어인 능성어 세포를 받았다. 이날 시식회에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식 생선 요리가 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이크홀더는 능성어 세포를 배양해 수를 늘렸다. 이후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잉크에 능성어의 근육과 지방 세포를 섞었다. 3D 프린터는 바이오 잉크를 층층이 뿌려 손가락 크기의 두툼한 생선살을 찍어냈다.
앞서 같은 방식으로 닭고기나 소고기 배양육이 개발됐고, 연어, 참치, 새우 같은 해산물도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쇄 후 추가 배양과 숙성과정 없이 바로 조리가 가능한 배양 생선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스테이크홀더는 배양 생선살은 3D 프린터로 세포를 층층이 뿌려 쌓은 형태여서 얇은 조각 형태로 떨어지는 생선의 식감을 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배양 생선살 인쇄 과정을 보고 요리까지 맛보았다.
스테이크홀더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배양 생선살의 시판 허가를 받고 내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능성어에 이어 장어와 다른 멸종 위기 어류 3종도 배양 방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세계 배양육, 배양 생선 업체의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잇 저스트(Eat Just)는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닭고기를 허가받았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2021년 현재 식품의 90%를 수입하는데, 배양 육류와 생선을 통해 2030년까지 자급률을 30%까지 높이려고 한다. 싱가포르 기업청은 지난 1월 미국 타임지에 “세포 기반의 단백질은 기존 식품보다 생산에 공간과 자원을 훨씬 덜 쓴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배양 해산물을 개발했다. 싱가포르의 배양육 업체인 시옥 미트(Shiok Meats)는 배양 새우살을 개발해 역시 올해 시판 허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타임지는 CJ제일제당이 시옥 미트에 투자했으며, 배양 새우살이 들어간 즉석 만두 제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독일 블루 시푸드(Blue Seafoods)는 배양 생선으로 만든 튀김 제품들을 선보였는데, 역시 올해 말까지 싱가포르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미국 블루날루(BlueNalu)는 2020년 배양 참치살로 만든 요리 시식회를 열었으며, 와일드 타입(Wild Type)은 2019년 세포배양 연어 요리를 선보였다. 국내 바이오기업 셀미트(CellMEAT)도 2021년 세포 배양으로 만든 독도새우살을 발표했다.
◇어류 멸종 막고 플라스틱 오염도 차단
배양 생선은 인류의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20세기 후반에 동물 단백질 수요가 5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축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이후 증가세가 꺾였다. 대안으로 어류 단백질이 떠올랐지만, 이 역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참치다. 지난 2015년 세계자연기금(WWF)은 “197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참치 개체 수가 이전보다 7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참치의 한 종류인 참다랑어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WWF는 경고했다. 지난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는 국제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바닷물고기 825종 중 60%(499종)가 남획과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정상적인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기라고 밝혔다.
양식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사료비를 따지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양식장 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로 인한 부영양화(富營養化)와 적조(赤潮)도 문제다. 2018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논문에 따르면 갑각류 양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식용 가능한 단백질 무게로 따지면 소고기와 양고기에 필적한다.
배양 생선은 식용이 가능한 부분만 만들고 연중 생산이 가능해 환경과 어족 자원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소비자 건강에도 이롭다. 항생제나 중금속, 미세플라스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생물(GMO)과 달리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넣거나 유전자를 바꾸지도 않아 소비자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미국 럿거스대는 지난 2021년 논문에서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세포배양 방식의 해산물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며 “미 식품의약국(FDA)의 식품명 기준에도 세포 기반(cell based)이나 세포 배양(cell cultured) 해산물이 소비자에게 수용 가능했다”고 밝혔다.
◇식물성 대체 생선으로 먼저 시장 개척
문제는 가격이다. 고가의 배양 장치로 만들다 보니 일반 소비자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2017년 미국 핀리스 푸드(Finless Foods)는 배양 잉어살을 개발했는데, 다섯 번 정도 씹을 양의 크로켓에 들어간 생선살의 가격이 무려 1000달러였다.
스테이크홀더는 “배양 생선살을 만들 바이오 잉크에 식물성 성분을 넣어 가격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맛뿐 아니라 세계와 지구 환경을 위해 배양 생선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양 생선의 가격이 내려가기 전까지 육류처럼 식물성 생선이 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같은 업체는 본격적인 배양육에 앞서 식물 단백질로 고기 맛을 내는 기술을 개발해 대체육 시장을 선점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굿 캐치 푸드(Good Catch Foods)도 6가지 콩 추출물을 섞어 만든 식물성 참치를 ‘생선 없는 참치(Fish-Free tuna)’ 브랜드로 출시했다. 오션 허거 푸드(Ocean Hugger Foods)는 토마토와 간장, 설탕 등으로 초밥용 참치살을 만들었다.
참고자료
Steakholder Foods, https://steakholderfoods.com/first-ready-to-cook-cultivated-grouper-fish/
Journal of Food Science(2021), DOI: https://doi.org/10.1111/1750-3841.15860
Global Change Biology(2018), DOI: https://doi.org/10.1111/gcb.14390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