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글과컴퓨터’ 되겠다… 올해 안에 M&A 성과 낼 것”
지난해 11개 계열사 매각해 1200억 유동성 확보
유럽·북미 회사들과 논의 진행
”기술 역량을 특화된 고객들에게 제공”
현 구성원은 창업 멤버 아니기에 새로운 의무감 가져야
“브랜드에 대한 무게감, 책임감, 도전정신 이어갈 것”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시장이 급변하는 지금이 한글과컴퓨터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응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고, 시기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한컴을 알리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고, 올해 안에 기업 인수합병(M&A)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습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의 2녀 1남 중 맏이로, 사실상 승계를 낙점받았다. 한컴은 1990년에 설립된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00년대 반복된 M&A로 부침을 겪다가 2010년 김 회장이 인수하면서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아버지를 빼닮은 M&A 승부사로 평가받는다.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칼리지 대학원에서 금융학 석사, 뱁슨칼리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2006년 반도체 제조기업 위지트에 해외사업팀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에는 한컴그룹 이사를 맡은 뒤 2016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9년 한컴그룹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2020년 한컴그룹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21년 8월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2014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업체 MDS테크놀로지(한컴MDS), 2015년 모바일 포렌식 기업 지엠디시스템(한컴위드), 같은 해에 벨기에 PDF 기업 아이텍스트를 인수한 후 2018년에 매각을 총괄한 것도 김 대표다.
지난해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한컴MDS(현 MDS테크)를 비롯한 11개 계열사를 950억원에 매각,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12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M&A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컴의 근간인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 M&A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둘러 M&A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지, 시간적으로 조급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영진이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작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더 좋은 곳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회사를 물색하고 있었다”며 “올해 안에, 빠르면 3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어떤 회사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산업간 차이가 국가간 차이보다 큰 것 같다. 한컴이 일관성있게 성장하려면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프트웨어 회사들 위주로 유럽 3곳, 북미 1곳과 논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컴이 되겠다는 목표를 회사의 비전으로 세웠다”며 “한컴 창업 당시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목표는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되자’는 것이었지만 이는 과거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컴 구성원들은 창업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벤처 1세대’ 한컴을 경험한 사람들로서 해외에서 최대한 한컴을 알리는 것을 새로운 의무라고 생각하겠다”며 “(그들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무게감, 책임감, 도전정신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대만에서 전 직원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앞으로 클라우드와 AI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컴은 과거에는 한컴오피스를 패키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던 것이 주력이었지만, 현재는 기술 역량을 클라우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품이 아니라 특화된 기술을 판매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신사업을 벌리기보단 한컴이 잘할 수 있는 것과 갖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자 했다”며 “한컴이 보유한 기술 역량을 마치 하나의 부품처럼 만들어 파트너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의 니즈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옛날처럼 원스톱 솔루션을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MS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컴은 갖고 있는 기술 역량을 특화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MS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MS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오피스를 제공한다면, 한컴은 부동산 매매계약서 작성을 하는 사람이라든지, 전문적인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 등 특정 고객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넓게 보면 MS와 파트너사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국내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보다는 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게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대표는 “특정 고객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며 “올해가 한컴에겐 중요한 해다.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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