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 누리던 새마을금고중앙회 대의원 수 줄인다
중앙회장 선출 막강 권한... 선거 때마다 금품 살포 원인으로 꼽혀
폐단 심하고 회장 선출 직선제로 전환돼 정원 줄이기로
정부가 새마을금고중앙회 대의원 정원을 현행 300명 이상에서 ‘100명 이상 300명 이하’로 축소한다. 중앙회 대의원은 각 지역금고 이사장 중에 선출하는데, 중앙회장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대의원에게 금품을 살포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는 2025년부터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는 만큼 대의원 수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운영 효율성을 위해 대의원 수를 현행 ‘300명 이상’에서 ‘100명 이상 300명 이하’로 조정하는 내용으로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정부는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회 대의원 수는 3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도입된 대의원제는 새마을금고 비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1300여개 지역금고 이사장은 100명 가량의 대의원이 선출한다. 현재 이런 간선제를 지역금고 80% 이상이 채택하고 있다. 이사장 재임 기간 때 100여명의 대의원만 관리하면 재선이 어렵지 않다. 상근이사제도까지 활용해 한 지역에서 30~40년 군림한 이사장도 있다.
중앙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전국 지역금고 이사장 중 선출된 350여명의 대의원이 회장을 선출한다. 회장 선출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지역 이사장이 비리·부패를 저질러도 중앙회 차원에서 징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선거 때마다 부정·금권 선거도 반복된다. 리더십과 실적 등 구체적인 이력보다는 조직력이 앞선 후보가 회장에 선출되기 때문이다.
현 박차훈 중앙회장도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선물을 돌렸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 회장은 제17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의원 93명 등 총 110여명에게 1546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과 골프장 이용권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351명 중 4분의 1 이상에게 16만5000원 상당의 송이버섯이나 5만원 상당의 과일을 돌리거나 골프 회원권 혜택을 줬다. 박 회장은 2014년 중앙회장 선거에서 7표 차이로 패했으나 2018년에는 전체 350표 중 199표를 얻어 2위 후보를 50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2021년 12월 치러진 선거에서도 350표 중 251표를 얻어 연임하게 됐다. 박 회장은 해당 혐의로 1, 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선물 액수가 다액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연임 1회 제한 규정에 따라 차후 다시 회장을 할 수 없는 점, 임기 4년을 마치고 18대 회장에 연임한 상태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해 직위를 상실하게 하고 재선거를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전북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여성 직원에게 밥짓기·빨래 등을 시켜 갑질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박 회장은 “매년 신규 직원 채용 규모가 확대돼 젊은 신세대 직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젊어지고 있지만 직원 간 세대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서한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직장 내 갑질 문제 원인 중 하나로 ‘세대차’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년 치러질 19대 회장 선거부터는 직선제가 도입되는 데다 대의원제의 폐해가 큰 만큼 정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의원 수가 줄면 중앙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역금고 이사장의 입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에서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에 대한 별도의 감독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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