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생태계 기반 닦고 클라우드로 SW 전환률 높일 것"
"앞으로 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질지, 국가 선도산업으로 올라설 지가 결정될 것이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사업협회(KOSA)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소프트웨어 산업은 클라우드 기반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회장은 지난 2월 2년의 첫 회장 임기를 마친 뒤 회원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재선임돼 2년 임기를 다시 시작했다. 조 회장은 특히 재임기간 AI 경쟁력 강화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지난달 협회 산하에 '초거대AI추진협의회'를 결성한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 초거대 AI 개발기업들을 비롯해 IT서비스, AI 서비스 개발사 등 20여개사로 출범한 협의회는 설립 한 달만에 90여개사 가입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를 통해 국내 AI 기업들의 상호 협력과 전략적 연대를 도모하고 정책·제도 개선안 논의한다는 복안이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등 2곳을 공동 회장사로 해서 90여개 기업들이 모였다. 국내 빅5 대기업이 현재 오픈AI, 구글과 직접 경쟁하는 초거대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응용서비스 쪽으로의 조속한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와 같은 모바일 OS(운영체제)가 없었지만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잘 대응한 것처럼 말이다. 초거대AI 협의회는 기업간 협업을 통해 초거대AI를 활용하는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창출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초거대 AI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건의 등 역할도 수행한다.
- 국내 초거대AI와 관련한 당면 과제는.
▶당장 AI서비스 개발을 위한 인프라가 문제다. 중소기업만 보더라도 지금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서 돌려볼 방법이 없다. 비싸기도 하거니와 지금 발주해도 주문이 밀려 받아볼 수도 없다.협의회는 이미 정부와 함께 GPU팜 등을 조성해서 중소기업이 AI서비스 개발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저작권법 관련 개편도 필요하다. 미국만 하더라도 주요 법규가 민사 이슈로 규율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형사규정이 과도하다. 초거대AI 기술개발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AI기업들이 잠재적으로 범법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미국 빅테크들과 로컬시장에서나마 경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전 세계에 걸쳐 두 세곳에 불과하다. 우리 기술을 통해 국내 로컬 시장 방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이같은 3가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분과를 만들고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 제공방식이 기존 패키지 중심의 구축형·납품 방식에서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의 챗GPT 등 AI 서비스들도 모두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된다. 올해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클라우드로의 이행도 본격화되고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SaaS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통해 KOSA 산하에 SaaS 협의회를 만들어 소프트웨어 업계의 SaaS 전환을 독려해왔다. 그렇게 준비한 결과 국내에서도 100개가 넘는 SaaS 솔루션들이 나왔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디지털 기술을 물리적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빠르게 보급하는 데에서 클라우드와 SaaS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SaaS 수출 활성화를 위해 우리 기업도 글로벌 SaaS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이 준비된 SaaS 기업을 육성하고 SaaS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 그럼에도 여전히 SaaS 전환은 더디다.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SaaS 전환 비율은 10%도 안된다. SaaS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큰 비용과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SaaS 전환 자체가 사활을 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구축형·설치형 소프트웨어와 달리 구독료 기반의 SaaS 수익 모델은 당장 재정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여전히 국내의 많은 고객들이 구축형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것도 한 이유다. 시장에서 SaaS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도 역할을 하는 공공이 SaaS를 전격 도입해야 한다. 공공에서부터 클라우드와 SaaS 보안 이슈 등에 대한 편견을 털어내고 시장 물꼬를 터줘야 한다. KOSA도 국내외 빅테크들이 참여하는 SaaS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다수 신설해 기업들에게 제공할 예정이고 SaaS 지원 펀드 조성에도 나설 것이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견인해왔다는 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는 비판도 귀기울일 만하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공분야 정보화 예산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단가가 낮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공공 사업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정부·공공의 정보화 예산이 현실화되면 자연히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로 인한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 여전히 정부·공공의 SaaS 활용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공공의 클라우드 및 SaaS 활용도가 높아지고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SaaS 전환이 본격화되면 불필요한 논쟁을 벗어날 수 있다.
미국만 해도 이미 구축형 방식은 거의 사라졌다. 불과 5년만 지나도 구축형과 SaaS형의 비율은 3대 7이 될 것이고 10년만 지나면 구축형은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정도로 위축될 것이다. 외산 SaaS로 시장이 장악되기 전에 정부·공공에서 국산 SaaS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여전히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현장에서 말하는 고급인력 부족은 소위 '고스펙' 인재가 아니라 기업 실무에 적합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현재 산업계에서 원하는 신입 개발자는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 소양을 갖추고 일정 수준 이상 프로젝트에서 개발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초중급 인재다. 이론 위주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대학이나 교육기관 출신 인재들이 이같은 능력을 처음부터 갖추기란 쉽지 않다.
'강의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픈소스 활용과제나 PBL(프로젝트 기반 학습참여) 등 프로젝트 경험을 늘려가야 한다. KOSA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의 '프로젝트X' 활용 협약을 통해 학습 중심 인재 양성 및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기업이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 후 채용으로 연계시키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 KOSA 회장 첫 임기 동안의 최대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공공분야에 소프트웨어가 납품되면 초기 납품 당시 매출 외에도 매년 유지보수 비용을 매출로 잡는다. 예전엔 공공시장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KOSA 회장으로 활동하며 공공 유지보수율이 2~3%포인트 올랐다. 기존 패키지형 소프트웨어 납품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계열의 SI(시스템통합)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던 보수지급 구조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관행도 많다. 여전히 많은 고객 기업·기관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직원들이 자기네 사무실로 와서 근무하도록 요구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고객사로 직접 가지 않아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이 허용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발주사로부터 과업이 변경되더라도 관련 비용이 추가될 때 이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이같은 관행들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대담=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earch@mt.co.kr 정리=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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