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위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재정 준칙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2023. 5.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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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상 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재정 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재정 수지 악화를 주도한 현재 야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재정 준칙 법제화에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 사회경제법으로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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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세수 결손
나랏빚 1000조 넘는데 재정 준칙안은 논의조차 못 해
내년 총선 앞두고 선심성 정책 난무 우려

[경제 돋보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상 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중국 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하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감소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4월 28일 발표한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세수 감소 규모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세수원이랄 수 있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가 모두 20% 넘게 급감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소득세가 20.1% 줄었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21.9%와 25.4%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021년도 하반기 유예됐던 세금이 작년 1분기에 납부됐기 때문에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소는 14조원 정도에 그친다고 볼 수 있지만 4월부터 연말까지 2022년과 같은 세수를 예상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편성한 예산에 비해 29조원 가까이 부족하게 된다. 특히 하반기 경기가 전망과 달리 좋아지지 않는다면 세수 결손이 훨씬 심각해진다.
 
정부가 발표한 ‘2022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 채무는 1067조7000억원을 기록해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관리 재정 수지도 마이너스 117조원으로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국가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잠재적 부채를 고려한 국가 부채는 232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조9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49.6%로 2016년 36.0%에 비하면 6년 동안 13.6%포인트 증가했고 2016년 국가 채무액 626조9000억원과 액수를 비교하면 70.3%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 정부의 확장적 재정 지출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파격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복합되면서 이제 모든 국민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부채를 갖게 됐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고령화가 더 가속화하게 되면 국가 채무가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이 3년도 채 남지 않은 2026년에 66.7%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2년 유럽연합(EU) 창설 당시 국가 채무 비율 60% 이하, 재정 적자 비율 3% 이하를 유지한다는 공통 규정을 만들면서 재정 준칙이 널리 도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재정 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한국보다 복지 지출 비율이 높은 스웨덴과 핀란드도 한국 정부안보다 더 엄격한 재정 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회는 재정 지출을 더 용이하게 해주는 예비 타당성 면제 기준 완화법을 바로 통과시키면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 줄 재정 준칙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수지 악화를 주도한 현재 야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재정 준칙 법제화에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 사회경제법으로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난무할 것이 명약관화한 이 시점이야말로 국가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기강을 재확립해야 할 때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해 재정 준칙이 시급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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