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WBC 후유증 끝내 현실화, 심상치 않은 국가대표들 부상자 속출
KBO 리그가 4월 개막 한 달을 넘어 5월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날(7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잠실 라이벌전에서는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곽빈(24·두산)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투구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다.
곽빈은 4월에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WBC 후유증과 거리가 먼 투수로 분류됐다. 4월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사령탑인 이승엽 감독마저 "곽빈이 1선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곽빈이 결국 7일 잠실 LG전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1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볼넷을 허용한 것. 계속해서 제구가 흔들렸다. 결국 1회에만 22개의 공을 던진 채 1안타, 2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을 기록했다.
2회에는 박동원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는 등 안타 3개, 볼넷 1개를 내줬다. 이어 마지막으로 상대했던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낼 때 갑자기 허리 쪽에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더그아웃을 직접 가리키며 트레이너를 급하게 호출했다. 마운드 위에 주저앉은 곽빈은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1⅓이닝(총 41구)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6실점 자진 강판. 두산 관계자는 "허리 통증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4월에 잘 관리했던 곽빈의 평균자책점은 2.53까지 치솟고 말았다. 팀은 결국 이날 1-11로 패했다.
사실 곽빈은 지난달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뛰었다. 21일 잠실 KT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추가 휴식을 취한 것도 그 이유였다. 이후 30일 SSG전에서도 6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결국 사령탑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감독은 7일 경기에 앞서 "최근 등 쪽이 좋지 않았는데, 이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좋은 피칭을 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는데, 탈이 나고야 말았다.
이미 LG는 '클로저' 고우석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WBC 대회 직전 연습경기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고우석은 우측 어깨 극상근 염증 진단을 받았다. 시범경기 출전 없이 지난달 18일 1군에 복귀했으나,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서 다시 말소됐다. 올 시즌 성적은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6.35. LG는 일단 선수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복귀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LG는 김윤식도 구단의 관리를 받으면서 선발 등판하고 있다. 또 정우영은 올 시즌 승리 없이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인데, 아직 가장 좋았을 때의 구위를 찾지 못한 모습이다. 팀 내 야수 쪽에서는 오지환이 지난달 8일 복사근 미세 손상 진단을 받고 대열에서 빠진 적이 있다. 대표팀 캡틴이었던 김현수도 허리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NC도 마무리 투수가 이용찬이 앞서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용찬은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언터처블' 위용을 자랑했으나, 최근 4경기 연속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4월 23일 롯데전에서 1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흔들리면서 평균자책점은 6.35까지 상승했다. 올 시즌 성적은 1승 1패 5세이브. NC 관계자는 "최근에 피로도 증가로 인해 컨디션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감독, 투수 코치와 면담 결과 엔트리 제외 후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거포' 박병호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KT 관계자는 "(5월 1일) MRI 검진 결과, 왼쪽 햄스트링 손상이 확인됐다. 3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KT 토종 에이스 소형준도 지난달 4일 오른쪽 전완근 염좌 진단을 받은 뒤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다른 팀들도 상황은 여의찮다. KIA 나성범은 WBC 때부터 종아리가 안 좋았는데, 결국 왼쪽 종아리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다. 6월은 돼야 복귀가 가능할 전망. SSG 최지훈은 발목 인대 염좌 부상으로 4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키움 이정후는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21(113타수 25안타) 14타점 13득점 3홈런 OPS 0.663으로 감이 좋지 않다.
롯데 박세웅은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채 1패 평균자책점 5.25를 마크하고 있다. SSG 김광현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30(5경기), NC 구창모는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3.82(6경기), 삼성 원태인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4.55(5경기)를 각각 기록 중이다.
그래도 누가 이들에게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으랴. WBC 대회에서 투혼을 발휘했던 김원중은 대회 당시 'WBC가 시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금은 착실히 대표팀 경기를 준비하는 게 제가 할 일이다. 오로지 대회만 생각하고 있다.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를 한 뒤에 시즌을 생각하겠다. 그건 나중 일이다"고 답했다. 태극전사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소속 팀으로 돌아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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