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이화영-쌍방울 檢 수사…어디로 향하나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3. 5. 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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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쌍방울 의혹 혐의만 5개…몰아치는 검찰 수사
뇌물 사건에서 5개 혐의로 확대
뇌물→증거인멸교사, 대북송금→제3자 뇌물 연쇄확대
아들 특혜채용, 이재명·민주당 수사자료 유출로도 번져
이화영 줄곧 '혐의 부인'…김성태 '입' 주목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뇌물 사건'으로 시작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5가지 혐의로 확대됐다. 이 중 3가지 혐의는 이미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 전 부지사 수사도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리스크'가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 더불어민주당의 수사자료 유출 사건 등 외부로까지 번지고 있어 관련 수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뇌물로 시작해 5가지 혐의로…몰아치는 검찰 수사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의혹과 관련해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3억 2천만원)을 받은 혐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공모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넨 혐의 △송금 대가로 쌍방울에 경기도의 대북사업권을 약속한 혐의 △쌍방울 PC에서 뇌물증거 삭제 지시 혐의 △쌍방울 뇌물사건 관련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게 위증 교사 혐의 등이다.

여러 혐의가 얽혔지만, 시작은 하나의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이던 2018년 당시 경기도가 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쌍방울이 2억원을 후원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2017년 3월~2018년 6월)를 지낸 이후에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뇌물)고 의심했다. 언론을 통해서도 의혹이 제기됐고, 쌍방울 내부에선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작업(증거인멸 교사)이 이뤄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의 관계를 쫓던 검찰은 2019~2020년 쌍방울 임직원들이 쪼개기 방식으로 현금을 들고 출국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넘긴 사실(외국환거래법 위반)도 파악했다. 검찰은 이 돈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500만 달러)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는 성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본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넘기는 대가로 경기도의 대북사업권 등을 넘겨받기로 이 전 부지사와 약속(제3자 뇌물)했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검찰은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3가지 혐의를 이미 재판에 넘겼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의 증언을 근거로 이 전 부지사를 고발(위증 교사)한 사건, 제3자 뇌물 혐의 등 나머지 2가지 혐의는 계속 수사중이다.

이재명·민주당까지 번진 쌍방울 리스크


'쌍방울 리스크'는 이 전 부지사 주변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와 직접 관련된 사건은 아니지만,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계열사인 한 연예기획사에 자신의 아들을 채용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쌍방울 방용철 부회장은 지난 3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아들을 계열사에 취업시켜줬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이 전 부지사의 아들을 불러 조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차례로 쌍방울 뇌물 재판에서 나온 증인의 녹취록과 검찰의 수사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라는 글과 함께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재판에 출석했던 쌍방울 전 비서실장의 증인신문 녹취록 일부를 게시했다. 해당 녹취록은 재판부나 검찰, 담당 변호인만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인데, 재판과 관련 없는 이 대표가 내용을 확보한 뒤 SNS에 올린 것이다.

민주당도 같은달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쌍방울 수사자료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는 대북사업을 위한 투자금"이라며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투자유치보고서(IR)를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검찰이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로, 외부로는 공개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중이다. 특히 녹취록과 수사자료 유출 사건으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사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25일 열린 쌍방울 뇌물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검찰 소환 등 험한 일을 많이 당했다.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檢 수사 어디로…김성태 '증언'에도 주목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이처럼 이 전 부지사 주변인으로까지 번진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함께 경기도정을 책임졌던 이재명 대표와의 접점 여부도 주요 사안이다. 이 대표는 이미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쌍방울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수사 시작단계부터 현재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쌍방울 법인카드나 차량(뇌물)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제3자 뇌물)은 쌍방울이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위해 북한과 접촉해 자체적으로 800만 달러를 보낸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증거인멸 교사나 위증 교사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설주완 변호사는 지난 2일 검찰 조사 전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남북 교류가 이뤄질 수 없었고,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정무부지사로서 대북 사업을 추진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과 이 전 부지사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특히 쌍방울 의혹에서 가장 중요 인물로 꼽히는 김성태 전 회장이 이르면 이달 중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도피를 하다 올해 1월 국내로 송환된 뒤 대중에는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데, 김 전 회장의 증언에 따라 또다른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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