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을 세일이라 못 부르고…'홍길동' 신세된 대형 유통업체
백화점·e커머스 부담 커져…페스타·프로모션 표현 대체
세일서 재고소진 하던 중소브랜드, 노출기회 사라져 울상
백화점, e커머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세일' 표현을 꺼리고 있다. '페스타'로 에둘러 표현하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 광고도 하지 않는다.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촉 행사와 관련한 대규모유통업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 행사 홍보에 소극적이면 브랜드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지만 중소 브랜드의 경우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어 소비자로부터 잊혀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진행된 굵직한 할인 행사에는 '세일'이라는 표현이 빠져있다. 매년 4월에 진행하는 봄 정기세일에 롯데백화점은 '그린브리즈', 신세계백화점은 '신백페스타',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혜택 마스터'를 진행했다. 각 백화점들은 '프로모션'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홍보시에도 브랜드 할인율보다는 구매 금액대별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강조했다. 사은행사는 대부분 백화점이 부담하는 고객 혜택이다.
선물의 달인 5월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SSG닷컴은 5일까지 'MAY 쇼핑 페스타'를, 11번가는 10일까지 '슈퍼히어로페스타'를 연다. 양사 모두 개별 브랜드 할인율보다는 할인쿠폰 증정이나 럭키드로우(추첨 이벤트) 등에 홍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가격 할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배경에는 공정위가 2019년 제정한 판촉행사 심사 지침이 있다. 대규모 유통업체가 판촉비를 50% 이상 분담하라는 것이 골자다. 가격 할인분도 법상 판촉비에 포함된다. 인터넷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이 입점업체들에게 세일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사 지침 시행 직후 코로나19(COVID-19)로 소비가 얼어붙자 정부는 2020년 6월 '판촉 행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심사지침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했고, 매년 기한이 연장되면서 올해 말까지 이어졌다.
올해까지는 예전처럼 판촉행사가 가능하지만 유통업체들은 논란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유통업체가 행사 기간을 공지하면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신청을 하거나, 가격 할인 문구 등은 가급적 피해 홍보하는 식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세일이든 페스타든 특정 단어가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유통업체가 주도해 가격 할인 분위기를 조성한 듯한 표현을 쓰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관계자는 "기존에도 백화점은 세일 기간 동안 수수료율을 1% 인하하고 e커머스는 할인 쿠폰 및 카드 할인 비용을 일부 부담했다"며 "거래 중개 유통업체가 직매입처럼 판촉비를 부담하게 되면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해 중저가에 대량 판매하던 중소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해외 공장에 위탁 생산을 맡겨 백화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전부터 생산계획을 짜야 한다. 내년 봄 신상품을 올해 9~10월에 발주해 내년 1월에 받아 진열하는 식이다. 해당 시즌의 날씨, 소비자 호응 등에 따라 정상가 판매 후 재고는 정기 세일을 통해 소진해왔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세일 홍보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재고 소진이 힘겨워지고 있다. 이를 우려해 주문량을 줄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 중소 브랜드 관계자는 "고가의 브랜드들은 애초에 노세일 전략인 경우가 많아 할인 행사 축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아쉬운대로 직접 세일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분위기를 조성해 소비자들을 모집시켜주던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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