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농촌가정] ‘멍’이야 ‘왈’이야 어울리는…우리집은 ‘개’화만사성

박준하 2023. 5. 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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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농촌가정]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팸족
도보여행 중 말라죽기 직전 ‘깜봉이’ 마주쳐 … 양육 결정하며 정착생활
지금은 세마리 강아지의 엄마 아빠 … 유튜브 채널 ‘똥개로움’도 운영 중
충남 홍성에서 황민아(오른쪽)·최한수 부부와 깜봉·봉두·봉순이가 청보리밭 산책을 마치고 휴식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고즈넉한 한 시골 마을, 구독자 15만명의 유튜브 채널 ‘똥개로움’을 운영하는 황민아(34)·최한수씨(37) 부부의 집은 너른 마당에 꽃나무가 자라는 아름다운 주택이다. 이들 부부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낯선 손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멍멍’ 하며 반기는 또 다른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똥개로움’ 유튜브 채널 주인공인 깜봉·봉순·봉두 세마리의 반려견들이다. 아내 황씨가 손님맞이에 나섰다.

“농촌이라 손님이 많이 없다보니 이렇게 반겨요. 한마리가 짖으면 나머지 두마리도 따라 짖어요.”

세마리는 모두 생김새가 정겨운 시골개다. 머리가 좋은 깜봉이는 이름처럼 털이 까맣고, ‘집순이’인 봉순이는 갈색털이 마치 말갈기처럼 자랐다. 호기심이 많은 막내 봉두는 흰 털이다. 장난감 한개만 있어도 세마리가 신이 나서 엎치락뒤치락한다. 황씨가 “기다려” 하고 외치면 약속한 듯 서로 눈치를 보며 얌전히 기다린다. 한순간이라도 조용할 틈 없는 귀여운 말썽꾸러기들이다.

부부는 세계여행을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6년 전 국내에서 걷기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도로에 버려진 깜봉이를 만났다. 세계여행이 꿈이던 부부는 고민 끝에 인생 계획을 수정해 깜봉이와 함께 국내에 정착하기로 했다.

황씨가 집앞 마당에서 깜봉이와 놀아주고 있다.

“깜봉이를 처음 발견했을 땐 거의 말라 죽을 지경이었어요. 길을 걷는데 비틀거리며 다가왔죠. 바나나와 물을 먹이고 도로라서 위험할까봐 일단 안고는 왔지만 ‘이제부턴 얘랑 어떻게 살아야지?’ 걱정부터 들더라고요.”

국내 정착을 결심한 황씨는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에 있는 복합분화쇼핑몰 ‘청년몰’에서 디자이너로 소품점을 열고, 최씨는 홍성에서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했다. 봉순이는 청년몰 근처 차 밑에서 주변 상인이 발견했고, 봉두는 최씨의 학생들이 구조해 이 집으로 오게 됐다. 잠깐 맡아주자는 마음으로 ‘임시 보호’했던 강아지들과 정이 들어 ‘임종 보호’가 됐다.

식구가 늘자 전주에서 살던 아파트가 비좁았다. 이들은 너른 마당이 있는 홍성으로 3년 전 이사해 부모님과 함께 약 1만6000㎡(5000평) 규모의 묘목농사를 짓는다. 황씨가 그리는 그림의 주인공도 어느새 깜봉·봉순·봉두가 됐다. ‘길에서 쓰러진 강아지를 발견하고, 그 강아지와 두 사람은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라는 유튜브 소개말처럼 부부의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시골로 터전을 옮기자 반려견을 키우기 더 좋은 환경이 됐다. 도시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시골에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걱정과 달리 반려견도 금세 시골에 적응해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와도 친구가 됐다.

“도시에선 산책할 때도 차를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어요. 간혹 반려견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개를 차는 시늉을 해서 겁을 먹은 적도 있었죠. 시골에 오니 길도 넓고 눈치 보지 않고 키워도 돼서 좋아요.”

유튜브 채널 ‘똥개로움’엔 부부와 반려견의 농촌생활을 사계절과 함께 여과 없이 담았다. 봄엔 노란 수선화밭에서 꽃향기를 맡고, 여름엔 잡초가 무성히 자란 마당을 뛰어다닌다. 가을엔 낙엽이 덮인 숲속을 산책하고, 겨울엔 눈밭에서 구른다. 똥개로움의 구독자들은 자연과 세마리 반려견이 어우러지는 영상에서 ‘힐링’을 얻는다. 반려견들을 ‘삼봉이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늘 건강해”라는 댓글도 단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세마리 덕분에 힐링하는 건 부부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강아지와 함께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별거 아닌 일에도 계속 웃게 되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채워주기도 하죠.”

이들 부부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족들에겐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간혹 “반려견이 무슨 가족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반려견이 그저 귀여워서 키우기보단 하나의 생명체이자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품종견을 고집하지 않고 유기견들과 식구를 이룬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도 이들 부부는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안타깝다.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는 분들은 인생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계여행을 참 좋아하던 우리 부부지만 이젠 해외에 한번 나가려면 큰마음 먹어야 해요. 대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강아지 세마리가 늘 함께하죠. 농사일을 마치고 오면 언제나 ‘멍멍’ 하고 한결같이 반겨주는 그런 삶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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