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불안정성을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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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밀·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주변국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흑해 곡물 협정'이 있다.
이에 유엔(UN·국제연합)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흑해 곡물 협정이 체결됐고 어렵사리 수출이 재개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서방세계가 대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려 하자, 러시아가 곡물 협정 중단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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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밀·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주변국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흑해 곡물 협정’이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해상 수출로인 흑해 항구 3곳이 봉쇄되자 국제 곡물시장은 급격히 흔들렸고, 세계가 식량위기에 휩싸였다. 이에 유엔(UN·국제연합)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흑해 곡물 협정이 체결됐고 어렵사리 수출이 재개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근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서방세계가 대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려 하자, 러시아가 곡물 협정 중단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와중에 유럽연합(EU)에선 우크라이나산 곡물 과잉유입에 따른 곡물값 폭락으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자국의 내부 반발에 직면한 폴란드 등 5개 회원국은 결국 최근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한술 더 떠 올해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국제 곡물시장 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근 일련의 사건에, 여전히 취약한 식량자급률(44.4%)과 곡물자급률(20.9%)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소비자 체감경기가 극도로 악화한 배경에도 식품물가와 직결되는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용 곡물 수입량은 연간 520만t에 달한다. 서민경제 타격만이 아니다. 사료용 곡물이 필수적인 축산농가는 빈사지경에 내몰렸다. 지난해 사료용 주요 곡물 수입량은 1280만t이 넘는다. 지난 연말 젖소 암송아지 한마리 가격이 1만원대까지 추락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4월6일 발표된 ‘2023∼2027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는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가 첫머리에 놓여 있다. 그 세부 실행계획은 지난 연말 발표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촘촘히 담겨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 달성을 목표로 국내 생산 확대 기반 구축과 안정적 해외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 외부 충격에도 굳건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고무적인 변화다. 특히 ‘수입밀 대체 가루쌀(분질미) 생산 확대’ ‘전략작물직불제’ 등 실효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 선언적 의미에 가까웠던 대책들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여전히 의문부호는 남는다. ‘농지면적 150만㏊ 유지’ 목표가 그렇다. 최근 10년래 새 식량자급률 목표치 55.5%에 가장 근접했던 시기는 2016년 54.1%로, 그해 농지면적은 164만4000㏊다. 단순 비교로도 2027년 150만㏊ 농지에서 55.5% 식량자급률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일부 해외 공급망 강화 대책도 딱히 와닿지 않는다.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 국제 곡물시장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제협력 강화’나 ‘해외농업자원 개발 확대’ 등이 비상시에 유효할지 미지수다.
한국리서치가 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해외 식량공급망 확보보다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식량안보는 멀리 있지 않다. 관건은 국내 생산 확대다. 농지보전과 적정 예산 뒷받침이 핵심이다.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그 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경석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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