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5월, 목메게 불러보는 ‘부모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란 말이 있다.
원곡 가사는 낙동강에서 사공을 하던 부모를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자식의 부모 향한 마음이 낙동강이든 한국전쟁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당시 광복과 한국전쟁 격동기를 거치고 먹고살기 바빠 우왕좌왕 인생을 보내버린 자식들이 '잃어버린 30년'을 들으며 부모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마도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란 노랫말은 부모와 생이별한 대한민국 자식들 모두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란 말이 있다. 아버지의 정수와 어머니의 피가 만나 자식을 낳는다는 뜻이다. 자식은 평생 부모에게 감사해야 하건만 젊은 시절에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불효를 반복하는 것일까? 그나마 지금은 부모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많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전쟁으로 부모·형제·자매 생사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때 부모와 가족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 노래가 바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로 시작하는 가수 설운도의 출세곡 ‘잃어버린 30년’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
1983년 설운도가 발표한 ‘잃어버린 30년’은 원래 그가 한해 전에 발표한 부부음악가 정은이(작사)·남국인(작곡)의 ‘아버님께’가 원곡이었다. 처음에 히트하지 못한 이 곡은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총 138일간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영될 때 방송용 배경음악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때 설운도 매니저는 작사가 박건호에게 가사를 재의뢰했고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서 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바꿔 부른 것이 대성공을 거둬 그의 대표곡이 된 것이다.
원곡 가사는 낙동강에서 사공을 하던 부모를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자식의 부모 향한 마음이 낙동강이든 한국전쟁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당시 광복과 한국전쟁 격동기를 거치고 먹고살기 바빠 우왕좌왕 인생을 보내버린 자식들이 ‘잃어버린 30년’을 들으며 부모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마도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란 노랫말은 부모와 생이별한 대한민국 자식들 모두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서당 어린이의 한자 입문서이자, 요즘 수능 어휘력을 키운다며 새롭게 논술학원 교재로 사용되는 <사자소학> 가운데 “욕보심은 호천망극(欲報深恩 昊天罔極)”이란 구절이 있다. “부모의 넓고 큰 은혜를 갚고자 하나 하늘처럼 높아서 갚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값비싼 카네이션 마케팅에 휘둘리기보다는 부모의 하늘만큼 넓고 큰 은혜를 조금이나 생각해봤으면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