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배·신] 2. 춘천 거두리 살인사건

“죽을 죄 지었다” 우발적이란 말 뒤에 숨은 ‘전과 37범’
식당서 우연히 만나 소지한 흉기 난동
과거 자신 아내 때렸다는 이유로 범행
피해자 아들 사건 직후 참변 목격 충격
정신적 피해 막심, 사건현장 영업중단
가해자 범죄 37건 중 28건 ‘폭력 전과’
출소 5개월만 범죄 1심 무기징역 선고
재판부 “반사회적인 성향 재범 위험성”

지난 2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을 살해한 60대 A씨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피해자가 과거 자신의 아내를 때렸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고 A씨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 역시 그가 정육업에 종사하고 있어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 우발적 범행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력과 상해, 특수상해 등으로 전과 37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사건이 일어난 지난 2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춘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들여다본다.

■ 아내 때렸다는 이유로 잔혹히 살해, 피해자 자녀도 현장 목격 ‘참변’

지난 2월 14일 오후 9시 30분쯤 춘천시 거두리의 한 식당. 평소와 다름없던 식당 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A씨(60대)가 우연히 만난 피해자 B씨(60대)에게 흉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일행과 식당을 찾았고, 우연히 이 식당에서 만났다. A씨는 B씨가 과거 자신의 아내를 때렸다는 이유로 B씨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A씨가 흉기를 휘두르자 주변인들이 이를 목격하고 제지했지만 A씨는 아랑곳 않고 범행을 이어나갔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A씨를 제지했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A씨와 현장에서 맞닥뜨리기 전 피해자 B씨는 본인의 아들을 포함한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던 상태였다. 당시 술을 많이 마신 아들은 결국 피해자인 아버지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지만, 집에 가자마자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참혹하게 살해당한 아버지를 목격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 지난 2월 14일 오후 9시 30분쯤 춘천시 거두리의 한 식당에서 60대 남성 A씨가 지인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했다. 사건 현장 입구에 경찰의 출입금지선이 둘러져있다.

■ 경찰, 우발적 범행 무게

A씨는 경찰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경찰서는 A씨가 범행 전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정육업에 종사하는 A씨의 업무 특성을 고려, 관련 업무를 위해 해당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A씨의 주장을 근거로 계획범죄는 아닌 것으로 봤다.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가 서로 다른 일행을 대동한 상태로 우연히 같은 음식점에서 만난 점도 우발적 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장을 목격한 C씨는 “와당탕하는 소리에 놀라서 봤더니 음식점 입구 쪽에 B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측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현재 피해자의 아들은 극심한 우울감과 분노로 장기적인 정신·심리 상담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건이 벌어진 식당은 현재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해당 사업장을 운영하던 업주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도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영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태”라며 “꿈에서나 일어날 일 아니냐”고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잘 알고 있다는 한 지인은 “가정 문제로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고, 이전에도 몇 번 만나서 다툰 것으로 안다”며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전과 37범의 살인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조사결과 과거 징역형의 실형을 포함해 37회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폭력범죄는 28건이다. 더욱이 출소한지 5개월 만에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2011년 상해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2014년과 2021년 각각 상해죄와 특수상해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살았다.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3월 24일 열린 해당 사건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 전자장치부착명령 10년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최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무기징역과 전자장치부착명령을 구형하자 공소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악감정이 있어 범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은 참작해달라”며 “한순간 잘못으로 이 같은 일들이 벌어져 힘들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피고인은 범행 후 도주하려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표면적인 연민만 보이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자녀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구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점과 반사회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성향,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해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신재훈 ericjh@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