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돌산마루 구역 집 무너질까 불안… 주민 안전 ‘휘청’ [현장, 그곳&]
주거개선사업 예산 부족 탓 ‘미흡’ 지적... 남동구 “집수리 지원 방안 고민할 것”
“집이 곧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이지만, 구청에서는 집수리 지원이 어렵다네요.”
7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간석동 37 일대 ‘돌산마루 구역’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과 벽, 천장 곳곳에 어른 손가락 2개가 들어갈 만큼 큰 균열이 나 있었다. 5년여 전부터 갈라지기 시작해 해마다 더 벌어져 지금의 상태가 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영애씨(77)는 “이러다가 갑자기 집이 무너질까 불안하다”며 “최근엔 건물이 기울어졌는지, 싱크대나 옷장 서랍이 잘 닫히지도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인근 또 다른 다세대주택 건물은 외벽 벽돌이 떨어지는 등 조금씩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를 방증하듯 ‘낙석주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명욱씨(63)는 “최근 길을 가다 갑자기 ‘쿵’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바로 옆에 벽돌이 떨어져 박살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 남동구 돌산마루 구역 일대 20년 이상 된 주택들 10곳 중 9곳이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돌산마루 구역 일대 준공 20년 이상 건축물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다. 건물 296곳 중 278곳(93.6%)이 노후·불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지난 2018년부터 이 지역에서 더불어마을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공시설 및 도로 정비 정도에 그치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왕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살기 위험할 정도로 낡은 건축물의 경우, 환경 개선보다 집수리 사업이 더 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안팎에선 구가 처음부터 집수리 사업을 벌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마을 집수리 사업은 노후·불량주택 공사비용의 80%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동구는 예산 부족 등으로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구에 한해서만 집수리 사업을 지원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인천 중·동·부평·계양·서구와 강화군은 더불어마을의 전체 노후·불량주택에 대해 집수리를 지원한다.
이정순 남동구의원(더불어민주당·라선거구)은 “돌산마루 구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이 많아 스스로 집수리를 하지 못한다”며 “취약계층 집수리 지원을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현재 구의 더불어마을 사업으로는 노후 주택 수리가 어렵다”며 “집수리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해명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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