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교실 누비고, 86인치 전자칠판엔 실시간 답변

남양주/이해인 기자 2023. 5.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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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구글의 ‘국내 첫 미래교실’ 남양주 부평초등학교 가보니

“‘로빈슨 크루소’ 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나씩 만들어보세요.”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부평초등학교에 마련된 ‘미래 교실’에서 학생들이 노트북과 로봇 등을 활용한 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부평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 심훈철 교사가 외치자,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노트북인 ‘크롬북’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인터넷 학급 게시판에 ‘무인도에 떨어지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경제 활동이 주는 이로움은 뭘까요?’와 같은 질문이 줄지어 올라왔다. 답도 실시간으로 달렸다. 누군가 ‘무인도에선 옷과 음식, 집이 필요하다’고 댓글을 달자, 김도희(12)양은 ‘왜 의식주가 꼭 필요할까요?’란 꼬리 질문을 만들었고, 장선우(12)군이 다시 ‘집이 없으면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답을 달자 교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학생의 답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이곳은 LG전자와 구글이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에 처음 조성한 ‘미래 교실’이다. 교실 앞엔 초록색 칠판 대신 86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달렸고, 교사 역시 분필 대신 스마트펜을 쥐고 있었다. 학생들 책상에도 공책, 연필 대신 노트북이 놓였다. 키 1.5m 로봇 ‘클로이 가이드봇’은 교실 곳곳을 누비며 교사 보조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교실 뒤편에는 화분 대신 전자 식물 재배기 ‘틔운’에서 로메인, 케일이 자라고 있었다.

◇부끄러움 많은 학생도 수업 적극 참여

미래 교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유’와 ‘참여’였다. 전통적인 교실에서는 손을 번쩍번쩍 들고 발표 잘하는, 외향적인 소수의 학생이 수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 교실에선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노트북에 적은 내용이 실시간으로 교사와 급우들에게 한꺼번에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심훈철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 보니 온라인을 통해 능숙하게 의견을 개진한다”며 “평소 조용했던 한 친구가 기기를 활용해 뛰어난 문장력을 발휘하면서, 친구들이 실력을 알게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부평초등학교에 마련된 '미래 교실'에서 학생들이 로트북과 로봇 등을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교사들은 공동 작업과 학습 내용 공유가 쉬워져 수업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86인치 전자 칠판은 학생 모두가 달라붙어 글씨를 써도 될 만큼 최대 40곳의 ‘멀티 터치’를 지원한다. 또 수업 중 최대 9개의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결과물을 공유하며 수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미래 교실에서 도형의 각도를 재는 수학 수업을 했던 육지혜 교사는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각도기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화면을 지켜보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화면은 곧바로 전자칠판에 띄워 오류를 고칠 수 있었다”며 “전통 방식이었으면 일일이 25명의 자리로 찾아가 살펴야 했을 텐데 수업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로봇은 교사 보조, 암기 대신 퀴즈 방식

로봇은 ‘교사 보조’ 역할을 한다. 움직이는 ‘클로이 가이드봇’뿐 아니라 책상 위에 놓인 달팽이 모양 인공지능(AI) 로봇 ‘알버트’도 마찬가지였다. 알버트 로봇 아래에 학생들이 ‘전진’ ‘빨간 눈’ ‘삐 소리’와 같은 카드를 차례대로 놓자, 로봇은 이를 인식해 순서대로 작동했다. 노트북으로 로봇 제어 앱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교실의 커다란 클로이 가이드봇을 움직일 수도 있다. 박도연(12)군은 “내가 만든 코딩으로 로봇이 직접 눈앞에서 움직이니까 코딩을 더 잘하고 싶다”며 웃었다. 미술 시간에는 클로이 가이드봇이 몸통에 달린 27인치 화면에 학생들의 작품을 띄워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공포의 시험 시간도 즐거운 ‘퀴즈 시간’으로 바뀌었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내용을 복습하는 ‘단원평가’를 하는데, 과거엔 종이에 시험 문제를 인쇄해 나눠줬다. 미래교실에선 전자칠판에 문제를 띄우고, 학생들이 각자 노트북에서 정답을 클릭한다. 답을 맞히면 포인트가 지급되는 ‘퀴즈 게임’ 형식도 도입했다. 4일 국어 수업 막바지에도 퀴즈게임이 진행됐는데, 학생들이 서로 문제를 맞히겠다고 나서면서 수업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육 교사는 “단원평가 날 학교에 오기 싫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언제 퀴즈 또 하냐’며 먼저 재촉할 정도”라며 “미래교실이 생긴 이후 학생들이 수업을 재밌어하고, 참여도도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LG전자는 “코딩 교육 전문 업체, 초등컴퓨팅교사협회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해 미래교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남양주=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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