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뿌리기업서 전장 부품 강소기업 '우뚝'… 지역인재 채용도 활발

이환직 2023. 5. 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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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강소기업]<1>인천 한라캐스트
휴대폰 부품 회사서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계기판 백커버 방열판 등 주력… 군납까지
전장 수요 커지며 다이캐스팅 제품 호평
LG전자와 베트남 동반 진출 사업 확대도
유정복 첫 방문기업… '글로벌 강소' 지정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유정복(왼쪽) 인천시장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6월 28일 인천 남동구 한라캐스트를 방문해 오종두(가운데) 대표와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자동차 디지털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더(Lidar)와 카메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 장치(전장)가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바빠진 기업이 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터줏대감 한라캐스트이다.

한라캐스트가 처음부터 전장 부품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8월 한라다이캐스트로 출발할 당시만 해도 주력 제품이 휴대폰(피처폰) 부품과 액세서리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피처폰이 쇠락하면서 한라캐스트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오택원 한라캐스트 부장은 "주력 제품이 간단한 휴대폰 부품과 고리에서 정밀함이 요구되는 스마트폰 내부 프레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의 변화는 한라캐스트가 2004년 12월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품질보증(SQ) 인증을 획득하는 등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찾아왔다. 한라캐스트는 마그네슘·알루미늄·아연 등 비철금속 합금의 다이캐스팅 제품을 만든다. 다이캐스팅은 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부어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을 만드는 정밀 주조법이다. 모래 형틀이 아닌 금형을 사용해 일반 주조에 비해 정밀도가 높다. 다이캐스팅 제품은 경량화가 최대 화두인 전장과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라캐스트는 다이캐스팅 금형 설계·가공·제작과 도금·방청(녹 방지) 등 후가공도 한다. 현재 금형 설계와 제작 인력 16명이 일하고 있다. 한라캐스트 측은 "금형을 자체 제작해 고객사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후가공까지 직접 하는 게 강점"이라며 "정밀 금형 설계와 다이캐스팅 신합금 연구, 다양한 표면처리와 공정별 자동화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캐스트 제조 공정 모습. 한라캐스트 제공

한라캐스트는 2015년 휴대폰 부품 사업을 접고 전장과 생활가전 부품 사업에 전력 투구하기로 결정했다. 오 부장은 "당시 신사업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회사 내부에 팽배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라캐스트에서 생산하는 전장 부품은 디지털 계기판과 카메라 프레임, 디스플레이와 LCD 모니터 뒤판(백 커버), 엔진룸과 헤드라이트 방열판(히트싱크) 등이다. 전장 부품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 제조나 완성차 기업에 납품되며 일부 제품은 군에서도 쓰인다. 회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론 군에 제품을 납품하진 않지만 일부 전장 제품이 군에서도 쓰이고 있다"며 "한라캐스트를 군납 기업으로 분류하는 국가도 있다"고 전했다.

한라캐스트 제품은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도 들어간다. 베어링과 베어링을 지탱하는 구조물인 베어링 하우징 등이다. 2016년 주요 고객사인 LG전자와 베트남에 동반 진출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가동에 들어간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선 전장과 자동차, 세탁기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라캐스트는 2005년 5월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는데, 당시 임직원은 오종두 대표를 포함해 30명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베트남 법인을 포함해 임직원이 650명에 이른다. 남동산단에 있는 본사와 공장에서 150명이, 하이퐁 공장에서 500명이 근무 중이다.

한라캐스트 제조 공정 모습. 한라캐스트 제공

이 회사는 2015년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과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20년 12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우수파트너기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6월 국방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2021년 4월 국내 사모펀드(PEF)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350억 원을 투자받았고, 2022년 4월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지정됐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방문한 첫 번째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라캐스트는 뿌리기업으로 지역과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인하공전과 재능대, 유한대 등 지역 대학은 물론이고 특성화고교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강사 파견 및 인재 채용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 등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한라캐스트 측은 "중소기업 특성상 직원 대부분이 인천 출신"이라며 "지역 대학이나 특성화고 출신도 많다"고 말했다. 한라캐스트는 인천시, 인천시 산하 기업 지원기관인 인천테크노파크와 함께 위험한 공정을 대신해주는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의 스마트 공장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한라캐스트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준비도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부품 제작이다. 베트남 신생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에 관련 부품 납품도 앞두고 있다. 한라캐스트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을 포함해 올해 매출액을 1,000억 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국내 2공장 설립을 잘 마쳐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는 등 뿌리기업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라캐스트의 베트남 하이퐁 공장 전경. 한라캐스트 제공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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