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내가 재직 땐, 한일 외무 한 방에도 같이 안 있으려 했다”
폼페이오 전 美국무장관, ALC 연설 앞두고 인터뷰
“한일(韓日) 셔틀외교의 재개는 양국 관계가 전환되는 일대 사건입니다. 양국 협력은 글로벌 안보·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최근 한미(韓美)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도 결국 한미일 간의 긴밀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온라인 참석을 앞둔 지난 4일 본사에서 본지 김신영 국제부장과 대담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이 녹록지 않은 국내 정치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으로 치러지는 한일 셔틀 외교에 대해 폼페이오 전 장관은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그는 “(미 국무부 장관을 지냈던) 내가 산증인인데, 과거 한일 갈등이 첨예하던 때엔 양국 외교부 장관이 같은 방에 함께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며 “두 나라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 경제·안보에 정말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3~5년에는 없었던 교류가 재개되면서 양국 국민들에게 온전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최근 미국 국빈 만찬에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것을 두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능력은 대단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노래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적인 노래를 불러 한미동맹 강화에 진심이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취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는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일 게 아니라 양국이 실제로 중국·북한의 억제 모델을 공동으로 구축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긴밀한 한미일 공조 체제 마련에 있어서 윤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 전쟁의 다음은 한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한국군이나 미 해병대의 참전이 아니라,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으니 도구(Tools)만 제공해 달라는 것뿐”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이 침략전쟁을 방관하면서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과거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북 정상회담을 조율한 바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는 “우리는 항상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고 상기시켰다”고 회고했다. 미국이 한때 적대적이던 베트남과 가까워진 것처럼,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우방국이 될 수 있다고 김정은에게 암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중국을 설득해서, 김 위원장이 언제든 (비핵화)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매우 어렵겠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세에 대한 폼페이오 전 장관의 진단은 오는 17일 ALC 현장에서 자세하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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