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관계로 접어든 한미동맹
70여 년 전 이 땅을 뒤흔든 국토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전쟁의 결과물인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은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왔다.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은 안보 동맹을 근간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런 독특한 위치는 다른 나라들의 외교정책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 기조로 가야 하는가. 대답은 그 기조는 굳건히 유지하되, 새로운 영역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사실상 섬나라로 지난 세기를 지내오면서, 우리는 압축적 경제성장과 더 압축적인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적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체성의 재인식과 외부의 시각 변화는 대외정책의 글로벌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일견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국제적 어젠더에 대해서도 우리가 설정한 원칙에 입각하여 입장을 제시하고 참여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한반도 문제 중심의 협소한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는 대외관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의 기반하에 포용·신뢰·호혜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가 인도·태평양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향후 양자, 다자 차원에서 행하는 대외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서 분야별로는 안보 협력에서 포괄적 협력으로, 대상국은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게 된다. 그 변화의 핵심에는 한미동맹이 있다.
마침 올해는 한미동맹이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70년 동안 한미관계는 미국의 일방적 경제원조 및 안보 보장에서, 1980년대 이후 때로는 긴장을 동반한 경제·통상 관계로 진화하였고, 이제는 기술 및 가치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전통 안보를 넘어서 공급망, 첨단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양국은 강력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점점 고도화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면서도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하며,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 안보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양국 간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데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지난달에 개최된 한·미 간 정상회담은 양국 간에 시도된 새로운 초석을 확인하고 더욱 강화하는 자리였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 품목과 산업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편, 미국 주요 기업의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이자 경제 안보 강화에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은 물론 수소 등 친환경 섹터를 아우르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이번 미국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계기로 공급망 및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한·미 간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마련되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배터리, 바이오, 자율주행 등을 비롯한 첨단산업과 수소·암모니아, 소형원전(SMR), 핵심 광물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기업 및 기관 간 다수의 업무협약이 체결되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양국 간 협력 체계가 마련되었다. 이제 한미동맹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우리의 대외정책은 더욱 풍부한 서사를 담게 되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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