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처리수, 과학 우선이지만 국민 정서도 살피길
한일 양국 정상은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과는 별도로 한국 전문가단의 후쿠시마 현장 시찰에 합의했다. IAEA는 이미 2021년 7월 한국을 포함한 11국 전문가로 모니터링TF를 구성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해 오고 있다. 또 작년 세 차례에 걸쳐 IAEA 입회 아래 채취한 오염 처리수와 물고기·해조류·해저 퇴적물 등 시료를 한국·미국·프랑스·스위스에서 분석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 전문가단의 별도 현장 검증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 이후의 한일 관계 개선이 일본 측 성의를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한국 바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과학적으론 쟁점이 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방류수는 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 4~5년 뒤에나 우리 해역에 도착한다. 그 사이 거대한 태평양에서 희석돼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때는 우려 대상인 삼중수소가 의미 없는 농도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원전 단지 4곳에서 매년 바다로 방류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방류 예정 삼중수소량의 10배쯤 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해안 지대 원전에서 서해로 배출하는 양도 후쿠시마 방류 예정량의 10배쯤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쳐두고 후쿠시마 방류수에 시비 건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만큼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로 다뤄야 한다. 방사능은 어느 국민이라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 리스크는 실제 리스크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특히 정부 당국자의 사소한 말 한마디, 문구 몇 글자가 국민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 일본과 연관된 문제일 때 더욱 그렇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새로 발견되더라도 즉각 수입을 중단하지는 못 한다’는 조항이 국민 건강을 우습게 보는 검역 주권의 포기로 인식되면서 시민 분노가 증폭됐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문제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서 침착하게 처리하되, 정부 당국자들은 살얼음 밟고 서있다는 심정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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