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 가족공간서 만찬… 빈 살만 이어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본인의 살림집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 만찬 때처럼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함께하는 부부 동반 만찬이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시작해 2시간 넘게 이어진 만찬은 윤 대통령 부부가 머무는 주거동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 부부가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 등이 있는 가족 공간으로 기시다 총리 부부를 초청해 환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외빈에게 가족 공간을 공개한 것은 작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이후 두 번째다. 만찬에는 양측 통역 정도만 자리했고, 다른 배석자는 최소화했다. 양국 정부 참모들은 이와 별도로 리셉션장 등이 있는 관저의 업무동에서 저녁을 먹었다.
만찬은 한우 불고기와 갈비찜, 잡채와 탕평채 등 한식이 주메뉴였다. 대통령실은 “탕평채는 미나리, 청포묵, 쇠고기, 김 등 갖가지 재료들을 잘 무쳐낸 요리로, 조선의 영조가 이를 보고 각 붕당의 인사를 고루 등용하겠다는 ‘탕평책’을 착안했다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팔각형 찬합에 9가지 요리를 넣은 한식 요리인 구절판도 선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갖가지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한식 특성을 살려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족편과 민어전, 자연산 대하찜, 냉면도 만찬에 나왔고 후식으로는 한과와 과일, 식혜 등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우리 쌀로 빚은 경주법주를 마시며 친교를 나눴다. 이 경주법주는 쌀 표면을 79%까지 깎아낸 초특산 브랜드로, 기시다 총리가 일본 술(사케)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윤 대통령이 직접 만찬 주류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지난 3월 도쿄 만찬에서 만났을 땐 일본산 맥주와 히로시마산과 한국산 소주 등이 상에 올랐지만, 이번 만찬에서는 주류가 최소화됐다. 여권 관계자는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지진 발생으로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도쿄 만찬에서처럼 장소를 옮기는 ‘2차 만찬’은 이날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부부는 만찬 후 연회장이 갖춰진 업무동으로 이동해 참모들과 함께 20~30분쯤 국악 공연을 감상했다.
만찬에 앞서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후 3시 35분쯤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도착하자 윤 대통령은 현관 앞까지 나와 기시다 총리를 맞으며 악수했다. 양국 국기를 든 의장대와 군악대 200여 명이 청사 앞과 잔디마당에 도열했다. 두 정상은 레드 카펫이 깔린 잔디마당으로 내려가 육·해·공 의장대를 사열하며 공식 환영식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 방한은 1박 2일 ‘실무 방문’ 형식이지만, 대통령실은 이보다 격을 높여 예우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월 일본을 실무 방문한 윤 대통령과 일본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며 환대했었다.
김 여사와 유코 여사의 만남은 지난 3월 16일 윤 대통령 방일 당시 김 여사가 일본 총리 공저에 초청받아 유코 여사와 화과자 만들기 체험을 한 후 50여 일 만이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정상회담을 위해 2층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김 여사와 유코 여사는 대표적 비구니 사찰인 서울 은평구의 진관사로 자리를 옮겨 친교를 다졌다.
두 사람은 북한산 자락에 있는 진관사에서 차담을 하면서 사찰 음식을 비롯해 양국 문화 교류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진관사는 템플스테이와 전통 산사 음식에 특화돼 있어 해외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2015년 7월 부통령 부인 시절 방한해 공항에 내리자마자 진관사를 찾았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유코 여사를 위해 외교 사절들도 자주 찾는 장소를 친교 공간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유코 여사는 8일에도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한 친교 일정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 유코 여사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20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3월 도쿄, 5월 서울에서 만남을 이어가면서 퍼스트레이디 간 ‘소프트 외교’를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는 3월 도쿄에서는 유코 여사가 마련한 화과자 체험에 화답하며 한국 전통 한과인 유과, 과편, 다식 등을 건넸다. 김 여사는 당시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나눈 만큼 양국 국민들도 더욱 가깝게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유코 여사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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