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전 세운 한인 원폭 위령비, 민단 “총리 참배 상상못한 일”
“교포들 아픔 위로, 뜻깊은 성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참배키로 합의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히로시마시(市) 평화기념공원(이하 평화공원)에 있다. 이 평화공원은 1945년 8월 미군의 원자폭탄 공격으로 죽은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강제징용 등으로 히로시마에 왔다가 희생당한 조선인 2만~3만명(추정)을 기리는 비석이다. 1970년에 평화공원 건너편에 비석을 세웠고, 1999년에 공원 안으로 옮겼다. 높이 5m에 무게 10t인 비석에는 “1945년 8월 6일의 원폭 투하로 2만여 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 히로시마 시민 20만 희생자의 1할에 달하는 한국인 희생자 수는 묵과할 수 없는 숫자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일본 총리 가운데는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헌화했다. 당시 평화공원 행사에 참석했던 오부치 총리는 당일 오전에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에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의 존재를 듣고는 일정을 바꿔 위령비에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의 참배는 일본 총리로서는 오부치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식 참배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단의 서원철 사무총장은 “일본 총리가 원폭으로 희생당한 재일교포에게 참배하는 건,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며 “일본 사회가 재일 한국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재일교포에게는 그만큼 서럽고도 상징적이란 뜻이다. 민단을 중심으로 재일교포들은 매년 8월 5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지만, 일본 정치권의 유력 인사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민단 관계자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상 등 공명당 정치인들이 찾아오는 정도”라고 말했다. ‘평화주의’를 주창하는 공명당은 2010년 전후부터 매년 위령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공원에는 ‘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도 있다. 1952년 설립된 이 기념비는 원폭 후유증 사망자를 포함해 32만4000여 명(2020년 기준) 희생자 명부를 두고 원폭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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