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2023. 5.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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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최근 강남 지역에서 연달아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며칠 간격으로 강남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면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어른들이 분명히 밝혀내야 할 일이다. 여러 통계 자료들이 말해주는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과도한 성적 스트레스로 점점 심하게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자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령대가 조금씩 더 어려지는 것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번 사건 중 SNS로 자신의 죽는 장면을 생중계했다는 한 학생의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작년 SNS에서 유행하던 챌린지가 떠올랐다. ‘#나는실패작이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자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모습을 찍어 짧은 영상으로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요즘 숏폼 유행은 워낙 많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무서운 현상이다. 내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사회 속에서 견디다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그 끔찍한 행위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다니.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세대 더 새로운 사람’이기에 가볍게 보지 말고 제대로 들여다보고 존중하라는 방정환 선생의 말과 완벽하게 반대로 가는 사회다.

문득 ‘어린 왕자’의 첫 장면이 떠올랐다. 보아뱀이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몇 달 동안 가만히 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서, 그 엄청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어린 시절 저자는 자신의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모자가 왜 무섭니?”라고 되물었다. 어른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고 상상력이 부족했기에 그 그림이 코끼리를 통째로 집어삼킨 보아뱀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속이 보이는 보아뱀 그림을 친절하게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지만, 어른들은 쓸데없는 그림 그릴 시간에 수학이나 문법 공부나 하라고 말했다. 결국 이 어린이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눈에 보이는 것들, 예를 들어 골프나 넥타이 같은 것들을 말하게 되었다는 것이 ‘어린 왕자’의 시작이다.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았다. 생텍쥐페리가 이 글을 쓸 때의 마음이 너무나 분명하게 느껴졌다. 어린아이가 읽은 보아뱀의 이야기는 얼마나 무섭고 또 충격적이었을까. 그것을 그림으로 옮겨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완전히 짓밟혔을 때 아이의 슬픔과 좌절감은 얼마나 컸을까. 어른들은 아이의 마음을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들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지 못했고, 코끼리가 눈에 보이게 그림을 그려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말미쯤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는 여우의 말처럼 어린 왕자는 이 말을 잘 기억하기 위해 따라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여리지만 순수한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 더 나은 삶이 펼쳐질 미래에 대한 희망,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염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잊어버리면 우리는 한없이 외롭고 괴롭고 위험한 세계를 살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좇다가 생긴 이 세계의 불평등과 부조리와 불의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세상을 등진 청소년들을 생각한다. 스스로를 실패작이라 여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것들에 눈을 들이고, 세상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리게 들여다보고 싶은 그 마음을 봐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라도 인정받기 위해 너무나 처절하게 발버둥 치고 있는 것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해주는 어른이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을 끝까지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돕는다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상상하며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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