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코인 투자 논란, 법적 허점과 국민정서 살펴야

가상화폐 보유 재산 공개 의무 제외…과세 유예 입법 참여, 이해충돌 여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 ‘위믹스’를 대량 보유했다가 거래실명제 직전 처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김 의원이 보유했던 가상화폐 가치는 최대 60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김 의원이 그동안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내역에는 가상화폐 자산은 담기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이 가상자산을 신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 현행법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김 의원도 “가상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예금과 채권 등을 합쳐 지난해 12억여 원, 올해는 15억여 원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보유한 가상화폐 추정 자산이 신고한 재산보다 4배 이상 많지만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이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부정한 재산 증식을 막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금부터 부동산 예금 주식 채권 보석류 등을 모조리 신고하도록 하는 데 가상자산이 제외돼 허점이 크다. 주식의 경우 이해충돌 우려가 있을 경우 백지 신탁을 하도록 해 사실상 매각을 강제하고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가상화폐는 사실상 추적할 수가 없다 보니 재산 은닉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상화폐 거래량은 하루 평균 3조 원으로 이용자는 627만 명에 이른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중에서도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부정하게 돈을 벌거나, 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2018년부터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 국회와 정부는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와 거래 현황을 전수조사한 후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김 의원이 코인을 보유한 채 2021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도 문제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소득을 금융소득과 합해 5000만 원까지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가상자산 소득세는 2025년부터 부과하게 됐다. 김 의원은 법률적으로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민감한 투기성 자산을 보유한 채 관련 입법에 참여한 것에 많은 국민이 호의적일 수 없다. 여당도 “이해충돌을 넘어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말~3월 초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이 시행되기 직전 해당 코인 80만 개를 전량 인출했다. 지난해 초 금융정보분석원은 이를 이상 거래로 보고 수사기관에 통보했고 검찰이 수사 중이다.

2021년부터 분 코인 열풍에 동참했다가 지난해 코인 폭락으로 많은 빚을 지게 된 청년세대들은 이번 사태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김 의원은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국민정서를 살펴 투자 경위와 배경을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