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불로초(不老草)는 진짜 있는가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의대 명예교수 2023. 5.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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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의대 명예교수

불로초의 정의를 보면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상상의 풀’이라고 돼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모든 생물에게 공통된 본능이다. 인간은 대대로 이 욕망을 채워준다는 불로초를 찾아 헤매면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로초 하면 곧 진시황이 연상된다. 진시황은 강력한 법가사상으로 나라의 힘을 키워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해 강력한 권력을 누렸지만, 불로장생만은 이룰 수 없어 늘 아쉬워했다. 당시 진나라에는 늙지 않고 영원하게 살게 해주는 불로초가 세상 어디엔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시황제는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명을 내렸다. 어느 날 서복이라는 도사가 시황제를 찾아와서 “저에게 동남동녀 3000명을 주시면 바다 건너 동쪽의 신성한 삼신산에 있는 불로초를 찾아오겠다”고 장담했다. 시황제는 이를 믿고 서복에게 동남동녀 3000명과 금은보화를 주고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했으나, 함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떠난 서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한반도에도 이러한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이 남아 있는데, 서복이 말한 동쪽의 신성한 삼신산은 우리나라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이라고 한다.

서복은 이 세 개의 산에서 불로초를 열심히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한채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오늘날 서귀포가 당시 서복이 ‘제주도 서쪽에 있는 중국으로 돌아간 포구’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불로초를 찾지 못한 서복은 시황제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그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황제는 불로장생의 약으로 믿던 수은을 오랫동안 복용하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사람들은 수은이 중금속임에도 상온에서 은빛을 띠는 액체 형태여서 신비한 물질로 생각했으며, 불로장생약으로 믿고 복용했다고 한다. 불로장생하려는 헛된 행렬에는 진시황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열국지를 보면 연나라 왕이 늙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납을 약으로 먹다가 정사 도중 몸이 새까맣게 굳는 납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불로초를 향한 어리석은 욕망의 역사는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약성서에 보면 이스라엘의 다비드 왕이 늙지 않는 방법으로 젊은 여인들을 안고 잤으며, 그 효과가 좋았던지 백성에게도 권장했다고 한다. 나이를 먹다 보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 손발이 차가워지고, 이것을 노화의 원인으로 여기고 젊은 여성을 껴안고 자면 노화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엔 젊은 여자들의 젖을 먹으면 젊어진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가 젖을 먹어서 살이 찌고 힘이 세지며 성장하는 데서 고안해 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다시 세월이 흘러 젊은 남자의 피를 수혈하면 젊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때도 있다. 젊음이 그 피에서 나온다고 여겼던 것 같다. 이것을 실행한 유명한 사람으로 로마법왕 이노센트 8세가 있다. 그러나 그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피를 수혈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17세기쯤 오스트리아에서는 고환을 크게 만들면 젊어질 것이라 생각해 생식기를 묶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1800년도에 들어와 프랑스 파리에서 살던 러시아인 의사 세르게이 보로노프(1866~1951)는 노인의 고환을 떼어내고 원숭이의 고환을 이식해 노인이 회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마도 거부 반응 등 많은 합병증으로 고생했으리라 짐작된다. 1908년 노벨상까지 받은 러시아 출신 에리 메치니코프(1845~1916)는 요구르트가 장수의 비결이라 주장하고 많이 먹을 것을 장려했다. 늙고 죽는 이유가 대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아예 이 장기를 절제해버리고 요구르트를 많이 먹으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어느 방법으로도 인간의 노화를 멈추거나 죽음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불로초 찾기는 계속 이어진다. 장수에 관한 인간의 욕망이 있는 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 불로초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를 느리게 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싶다면 예방접종과 정기검진, 소식(小食)과 고른 영양섭취, 걷기운동, 근력운동, 뇌운동, 적당한 스트레스 관리 등을 권한다. 그동안 여러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의사로서 내리는 결론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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