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쓰레기 수거는 지속가능한 어업의 첫걸음
최근 한 매체가 태평양에 대한민국 면적의 16배가 되는 ‘쓰레기 섬’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1950년대부터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돼 원형순환해류의 영향으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형성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10년마다 10배씩 증가해 오늘날 거대한 쓰레기 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해양쓰레기 더미는 비단 태평양 한가운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해양쓰레기가 연근해 바닷속에 침적돼 있다. 침적된 해양쓰레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폐그물을 포함한 해양쓰레기는 크고 작은 선박사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족자원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된다.
수협중앙회 안전조업본부가 발표한 작년 어선사고 통계를 보면 756건의 어선사고 가운데 26.3%가 어망이 선박 추진기에 감겨 발생했다. 침적 쓰레기는 선박사고 유발은 물론 어망을 훼손하고, 그물과 함께 올라와 어획물과 섞이는 등 조업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유실된 어구와 같은 침적 쓰레기에 의해 물고기가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발생된 연간 피해액은 3700억 원에 달하며, 수산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서 연간 어획량의 10% 이상 손해를 일으킨다고 한다.
최근 대부분의 어선에서는 침적된 해양쓰레기로 인해 그물을 끌어올리면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 선원들은 물고기를 분류하기보다 쓰레기를 그물에서 떼어내기에 급급하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은 매년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바닷속에 침적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육상의 쓰레기 폐기업체와 연계해 처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의 여수 대형트롤 어선들이 제주도 남서쪽의 이어도 인근 해역(위도 32~33도, 경도 125.5~127도)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50t이 넘는 폐어구를 수거, 육상에서 처리했다.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첫 단계는 해양환경을 정화해 수산동물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인데, 현재 바닷속 쓰레기는 어디에 얼마나 쌓였는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아 종합적인 관리체계도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통해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수산업법 전면개정과 수산업법 하위법령 제·개정을 통해 어구·부표의 전주기적 관리 등을 위한 어구보증금제가 도입됐다. 또 어구보증금제 세부사항 규정으로 앞으로는 폐어구의 해상투기는 예방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이미 침적된 폐어구와 각종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정책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은 민관이 합동해 정책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먼저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므로, 현실적으로 수거작업이 가능한 어선을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어선을 동원한 수거사업이 일회성이 아닌 정례적인 수거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육상에 배출할 수 있는 장소를 확대해 어업 중 수거된 쓰레기를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가져오더라도 육상 배출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개인비용을 지불해 폐기업체를 부르거나 다시 해상에 투기하고 와야 하는 상황이니, 어업인이 해양쓰레기 투기를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별 거점 위판장에는 해양쓰레기 폐기장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범국민 캠페인 추진 등 국민과 어업인의 의식 개선을 위한 활동 확대가 해양환경 개선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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