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더 글로리’ 中 한국인 학교에도 있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3. 5.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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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 빈번한 학교폭력 문제가 여기라고 없을 리 없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분리가 가장 먼저 이뤄졌을 것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또한 개최됐을 것이다.
감시의 눈이 적은 해외라는 점,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특성상 학교폭력 문제는 더 은밀하고 더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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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신고 뒤에도 처리 절차 주먹구구
해외 한국 학교 ‘사각지대’ 돼선 안 돼
해외 한국 학교 ‘사각지대’ 돼선 안 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드라마 주인공 ‘문동은’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수많은 ‘문동은’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겠지만 사회 전반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은 큰 성과로 보인다.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는 이런 흐름과 별개로 보인다. 중국에는 베이징, 톈진, 상하이, 쑤저우, 우시, 칭다오, 광저우 등 총 13개 지역에 한국 학교가 있다. 한국인 학생이 다니고, 한국 교육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당연히 교사도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빈번한 학교폭력 문제가 여기라고 없을 리 없다.
최근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 한 곳에서 심각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고등학생인 남학생 몇 명이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동급생 여학생 한 명을 성추행했다. 피해 여학생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성추행을 오랫동안 참아 왔다.
가해 남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커 온 친구들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이들의 성추행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피해 여학생 부모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수업 중 책상 아래로 남학생 손이 슬그머니 들어와 이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장면까지 있다.
참다못한 피해 여학생은 최근에야 담임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린 소녀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추측건대 드라마 ‘더 글로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학교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들이 취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분리가 가장 먼저 이뤄졌을 것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또한 개최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기 때문일까. 이 한국 학교의 대응은 그야말로 ‘만만디(慢慢地·천천히)’였다. 담임 교사가 사건을 인지한 지 1주일이 흐른 후에야 교장은 해당 사건을 보고받았다. 이후 또 1주일이 지나고서야 피해 학생 부모는 겨우 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2주일이 지나도록 피해 여학생과 가해 남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계속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교장은 가해 남학생들에게 “피해 여학생 주변 2m 내 접근 금지” 지시를 내렸으므로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해 여학생 앞에서 웃고 떠들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년 이상 당해 온 일을 겨우 털어놓은 여고생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초동 대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교장은 피해자의 부모에게 “이 학교에서 개교 이후 단 한 번도 학폭위가 개최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해외에 있는 한국 학교는 한국의 학교폭력 규정을 준용하긴 하지만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는 ‘중국 학교’가 아니다. 당연히 한국 교육부가 마련한 규정을 따라야 하는 ‘한국 학교’다. 감시의 눈이 적은 해외라는 점,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특성상 학교폭력 문제는 더 은밀하고 더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해외 한국 학교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교장과 교사에 대한 교육 또한 필수적이다. 중국에서만 5600여 명의 한국 학생이 한국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해외 한국 학교를 폭력의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 없다. 사건이 터진 중국의 학교에서는 교장의 말처럼 지금까지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다.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는 이런 흐름과 별개로 보인다. 중국에는 베이징, 톈진, 상하이, 쑤저우, 우시, 칭다오, 광저우 등 총 13개 지역에 한국 학교가 있다. 한국인 학생이 다니고, 한국 교육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당연히 교사도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빈번한 학교폭력 문제가 여기라고 없을 리 없다.
최근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 한 곳에서 심각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고등학생인 남학생 몇 명이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동급생 여학생 한 명을 성추행했다. 피해 여학생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성추행을 오랫동안 참아 왔다.
가해 남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커 온 친구들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이들의 성추행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피해 여학생 부모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수업 중 책상 아래로 남학생 손이 슬그머니 들어와 이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장면까지 있다.
참다못한 피해 여학생은 최근에야 담임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린 소녀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추측건대 드라마 ‘더 글로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학교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들이 취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분리가 가장 먼저 이뤄졌을 것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또한 개최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기 때문일까. 이 한국 학교의 대응은 그야말로 ‘만만디(慢慢地·천천히)’였다. 담임 교사가 사건을 인지한 지 1주일이 흐른 후에야 교장은 해당 사건을 보고받았다. 이후 또 1주일이 지나고서야 피해 학생 부모는 겨우 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2주일이 지나도록 피해 여학생과 가해 남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계속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교장은 가해 남학생들에게 “피해 여학생 주변 2m 내 접근 금지” 지시를 내렸으므로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해 여학생 앞에서 웃고 떠들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년 이상 당해 온 일을 겨우 털어놓은 여고생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초동 대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교장은 피해자의 부모에게 “이 학교에서 개교 이후 단 한 번도 학폭위가 개최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해외에 있는 한국 학교는 한국의 학교폭력 규정을 준용하긴 하지만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에 있는 한국 학교는 ‘중국 학교’가 아니다. 당연히 한국 교육부가 마련한 규정을 따라야 하는 ‘한국 학교’다. 감시의 눈이 적은 해외라는 점,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특성상 학교폭력 문제는 더 은밀하고 더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해외 한국 학교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교장과 교사에 대한 교육 또한 필수적이다. 중국에서만 5600여 명의 한국 학생이 한국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해외 한국 학교를 폭력의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 없다. 사건이 터진 중국의 학교에서는 교장의 말처럼 지금까지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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