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아버지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산이었습니다/ 지금 내 앞에 계신 아버지의 뒷모습은 어느새 야트막한 둔덕이 되었습니다.”
인순이의 ‘아버지’는 이와 같은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인순이는 편모 슬하에서 성장했다. 미군이었던 아버지가 모녀만을 남겨두고 떠나버려 인순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다.
“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미움과 그리움 사랑과 원망이 섞인/ 복잡한 마음이죠.”
임재범의 ‘아버지 사진’도 2020년에 세상을 뜬 아버지 임택근 아나운서에 대한 회한을 담고 있다. 임재범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배따라기 이혜민이 만든 동요풍 노래 ‘아빠와 크레파스’ 속의 아버지도 다를 바가 없다.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 가지고 오셨어요/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아빠 얼굴 그리고 나니 잠이 들고 말았어요.”
아버지는 아이의 꿈속에서나 따뜻한 사람일 뿐이다. 대부분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사랑과 원망’이 교차하는 존재다. 개발도상국의 가장으로서 집보다는 일터나 술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버이날을 맞아 노래들을 봐도 그 편차가 분명하다. 노래 속에서 엄마는 눈물겹게 사랑스럽지만, 아버지는 늘 원망스럽고 무뚝뚝한 사람이다.
그래도 아버지의 부재는 슬프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 있으면 견딜 것 같아”(아버지)라고 노래하는 임영웅(사진)의 목소리에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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