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왕관엔 보석 444개… 의자는 1300년에 제작

런던/안영 특파원 2023. 5.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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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만의 대관식, 어떻게 진행됐나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마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태운 ‘황금 마차’가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가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찰스 3세 대관식 행렬은 오전 10시 20분 찰스 3세가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시작됐다.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마차 앞뒤로 영국·영연방 군인들이 늘어섰다. 총 2.3㎞의 거리를 30여 분간 천천히 움직이는 가운데 국왕 부부는 마차 창문 너머로 간간이 손을 흔들었다. 인근에 모여 있던 군중은 국왕의 마차가 지나는 곳마다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찰스 3세가 왕국의 백성에게 자신이 새 군주로 받들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인정(recognition) 의식에서 참석자들은 “신이시여, 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라며 응답했다. 이어진 맹세(oath) 의식에서 찰스 3세는 재위 기간 동안 법과 영국 국교회를 수호하겠다고 서약했다. 이는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는 없던 대목이다. 새 국왕은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고자 이 대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시 45분쯤 대주교는 국왕의 머리·가슴·손에 성유(聖油)를 발랐다. 이 과정은 ‘가장 신성한 순간’으로 여겨져 장막으로 가려졌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의 머리 위에 왕관을 얹자 수도원 종소리와 트럼펫 소리가 사원 내부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영국 전역에서 예포(禮砲)가 발사됐다.

찰스 3세가 쓴 ‘성 에드워드 왕관’은 11세기 마지막 앵글로색슨 왕인 ‘참회왕 에드워드’의 이름을 땄다. 왕정 복고 이후인 1661년 찰스 2세 대관식을 위해 새로 제작했다. 보석 444개가 박혔고 무게가 2.23㎏에 달한다. 국왕의 힘을 나타내는 레갈리아(대관식용 물품)도 동원됐다. 찰스가 손에 쥔 십자가 홀(scepter)은 현세의 힘을 상징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530캐럿의 투명 다이아몬드 ‘컬리넌Ⅰ’이 박혀 있다. 다른 손에는 영적 역할을 뜻하는 비둘기 홀을 들었다. 기독교 세계(지구)를 의미하는 보주(orb)는 17세기에 금,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등으로 만들었다.

찰스 3세는 할아버지 조지 6세가 입었던 흰색 리넨 원피스 ‘콜로비움 신도니스’와 금색 코트 ‘수퍼튜니카’, 그 위에 입는 금색 ‘제국 망토’ 등을 재사용했다. 대관식 의자는 1300년 제작된 것이다. 의자 안에는 스코틀랜드의 왕권을 상징하는 152㎏의 사암 ‘운명의 돌’이 들어있다.

이번 대관식에서는 현대 영국 사회를 반영해 ‘다양성’과 ‘친환경’ 가치가 강조됐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 무슬림, 힌두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동참했다. 영어뿐 아니라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으며, 1000년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영국령이었던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흑인 여성 남작이 대관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 왕비의 예복 일부와 장갑, 의자 등은 새로 제작하지 않고 역시 선대 왕비들의 것을 다시 썼다. 당초 60대의 군용기가 동원될 예정이었던 영국 공군의 축하 비행 행사는 비로 인해 16대 수준으로 간단히 치러졌다.

한편 이날 런던 트래펄가 광장 등에서 “나의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팻말을 들고 대관식 반대 집회를 벌인 시위대 등 52명이 공공질서 위반, 치안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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