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이번 주부터 재진만 허용될 듯

윤진호 기자 2023. 5.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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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진료확인서 등 받아 재진 인증 거쳐야
22일 '소아전용' 의료상담센터인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송종근 대표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소아의 보호자와 통화하며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뉴스1

이번 주부터 스마트폰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는 오프라인 병원에서 초진을 받은 뒤 재진부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진료 확인서 등을 받아 재진 환자 인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2월 코로나 창궐 이후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는 물론 초진 환자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4일(현지 시각) 코로나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내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비대면 진료는 평상시 국내에서 불법이지만,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 한해 허용된다.

정부가 이번 주 국내 코로나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면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의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범 사업’ 형태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초진부터가 아니라) 재진 환자 위주로 시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확인서 등으로 재진 환자 인증 거쳐야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의사 진료를 받는 서비스다. 현재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30여 업체가 영업 중이다.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는 초진 환자들도 이용이 가능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99%는 초진 환자들이었다. 한 비대면 진료 업체 대표는 “재진 환자만으로 이용자를 한정한다면 사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소아과나 코로나 같은 감염성 질환에 대해서는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코로나 사태 후 비대면 진료 추이

국회가 비대면 진료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초진 아닌 재진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시행할 시범 사업도 재진 환자 중심일 가능성이 높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 사업 전환이 코앞에 있는데도 아직 정부에서 이렇다 할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 재진 환자 위주로 시범 사업을 시행할 경우 기존 초진 위주로 이뤄졌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시간 등)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비대면 업체 “초진 위주 시스템 바꾸는 데 시간 걸릴 수도”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일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약사계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에서 환자가 특정 약국의 약 배달을 지정할 수 있는 만큼 대형 약국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네 약국이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이 엉뚱한 곳으로 배달될 수 있고, 오·남용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시범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대로 ‘재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는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WHO 해제 발표는 오래전부터 예상됐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보완 입법을 서두르지 않아 의료계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7국(G7)의 비대면 진료는 대부분 재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G7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24년 12월 31일 자로 비대면 진료 초진 등 그동안 완화했던 비대면 규제 완화를 종료하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미국에서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만 비대면 진료 초진이 허용됐고, 대부분 환자들에 대해서는 재진만 가능했다.

일본은 단골 의사의 의뢰서가 있으면 초진이 가능하고, 프랑스도 주치의 의뢰서가 있어야 비대면 진료 초진이 허용된다. 캐나다는 ‘사전에 대면 의료를 이용한 사람만 비대면 진료 대상’이라는 것이 연구소 분석이다.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초진이 허용되고 있는 영국 역시 주치의 제도가 시행 중으로 주치의에 의해 초진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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