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神의 질투를 피하는 법
줄리어스 카이사르는 52세에 자신의 개선식을 열었다. 최고로 영예로운 자리, 하지만 그의 군단병들은 짓궂었다. 그들은 백마 네 필이 끄는 개선장군의 마차 뒤에서 바람둥이였던 카이사르를 대놓고 놀려대며 외쳤다. “로마 시민이여, 대머리 난봉꾼이 납신다! 부인을 숨기시오!” 카이사르가 화를 내도 군단병들의 놀림은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을 깎아내리는 것도 개선식의 일부였던 까닭이다. 왜 로마인은 영광스러운 행사에 초를 치는 듯한 퍼포먼스를 벌였을까?
인생은 성공에 취해버렸을 때 가장 위험하다. 자신은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으며 모든 성과를 자기가 뛰어나서 거두었다고 믿는 순간, 주변은 질투와 시기로 가득 차버린다. 남의 잘남은 자신의 못남을 일깨우는 법, 사람들이 잘나가는 자가 무너지길 바라게 되는 탓이다. 그이를 둘러싼 뒷담화 또한 무섭게 피어난다. 그래서 겸손과 겸양은 어느 문화에서나 강조되곤 한다. 로마의 개선식도 다르지 않았다. ‘신과 사람들의 질투를 사지 않도록’ 주인공을 무시하고 낮추는 연출을 했던 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과시와 자기 자랑은 어느덧 국민 스포츠(?)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있어 보이려고 멋진 장소와 명품, 고급스러운 음식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한 세대 전만 해도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 아주 달랐다. 재벌 회장이 다 떨어진 구두를 고쳐 신고, 그의 부인은 달력 종이를 잘라 메모지로 쓴다는 식의 검소함을 강조하는 미담이 적지 않았다. 부유함은 감추고 근면과 검약함을 강조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퍼져있었던 셈이다. 이는 경제성장기에 불거지기 시작하던 빈부격차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표정에는 분노와 무기력이 가득하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욕구는 채울 수 있어도 비교 탓에 생기는 탐욕은 채울 길이 없다. 겸손과 겸양의 미덕을 자랑하던 문화를 다시금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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