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교통, 복지를 넘어 균형발전까지

문주영 기자 2023. 5.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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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출근시간 밀집도는 1㎡당 7~8명에 이르는데 이는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4~5명)과 비교해도 더욱 높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밀집도인 9~10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으로, 지난달 하루에 승객 3명이나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등 올해 들어 1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문주영 전국사회부장

김포골드라인은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질수록 혼잡도가 극심해진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전동차와 승강장 크기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우이신설선·신림선 등 다른 경전철들과 달리 노선 중간에 다른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전혀 없다.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김포공항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정부가 김포공항역까지 버스 노선을 늘려 지하철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단기 정책은 되레 김포공항역의 승객 집중만 심화시켜 교통량 분산효과에 한계가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승객들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 등을 김포공항역만이 아니라 인근 환승역에도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포골드라인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여러 원인들이 얽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교통 인프라와 관련돼 잘못된 수요 예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래 수요를 부풀렸다가 실제로는 이에 못미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인천공항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 등 주요 민자도로가 그랬고, 용인·부산 김해 경전철도 당초 예상 승객을 하루 16만~17만명으로 잡았으나 현재는 3만여명에 그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의 경우는 반대 상황으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추진됐을 당시 인구 수요 예측은 30만명이었으나 현재 김포 인구는 50만명에 이르고, 향후 70만~8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경전철이냐, 일반 전철이냐를 놓고 우왕좌왕한 데다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신도시 교통분담금과 시 자체 예산만으로 추진하다보니 4량도 아닌 2량짜리 경전철로 결정됐다.

한 도시를 넘어 수많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교통 인프라에 대한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미래 수요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도처럼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 교통은 복지 성격도 강해 단순히 ‘비용 대 편익’이라는 경제적 숫자만으로 사업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우도 많다. 비용 문제만을 따져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면 김포골드라인 사태처럼 향후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재정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국회의원들의 개발공약 남발로 국가 재정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한편으론 어디까지나 수도권적인 시각일 수 있어 조심스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예타 자체가 인구가 몰리는 수도권에 유리한 제도인 데다가 지방에선 인구 소멸이 가속화돼 갈수록 경제적 타당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등 주요 지자체들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도입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시내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것도 교통 인프라를 이익 구조에서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발전 전문가들이 주민들의 편익을 넘어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로 철도 기반의 네트워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지방에서 추진되는 메가시티의 경우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촘촘히 연결시켜 초광역 경제권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도로보다는 신속성과 정시성이 담보되는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설계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지방에 철도 하나 놓자고 하면 항상 수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의 발전 과정만 봐도 지하철을 먼저 깔고 나서 발전했다. 지방 사람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지하철이 수도권을 살렸는데 이제 와서 서울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 예타 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이참에 예타 면제에 대한 일괄적인 기준 상향만이 아닌 지역 균형발전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

문주영 전국사회부장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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