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도 단편도 아닌 연작소설, 새 트렌드로 떴다
따로 보면 단편, 함께 보면 장편
드라마 등 영상화하기도 좋아
신경숙, 손보미, 정지돈.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 소설가들의 공통점은 올해 첫 연작소설을 냈다는 것이다. 연작소설은 인물과 배경을 비롯한 각 단편의 요소가 다른 단편과 이어지는 단편집을 뜻한다. 정해진 형태는 없다. 신경숙이 최근 등단 38년 만에 낸 연작 ‘작별 곁에서’(창비)는 각 단편의 화자가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는 구성. 손보미의 연작 ‘사랑의 꿈’(문학동네)은 하나의 이야기를 딸과 엄마의 관점에서 바라본 작품 등을 묶었다. 정지돈의 연작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작가정신)은 단편마다 같은 이름의 인물들이 등장하나, 같은 인물은 아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작년 출간된 연작소설 종 수는 24권으로, 집계 가능한 기간(2007년 이후)에서 최대치를 찍었다. 4권 이하던 종 수가 2014년(14권) 10권대로 늘어났고, 2020년(22권) 첫 20권대를 찍었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비롯해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연작소설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연작소설은 각 작품을 따로 놓으면 단편이고 합치면 장편과 같다. 작년 말 첫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창비)을 낸 김금희는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작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한 단편을 쓰고 나서 문득 (연작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쓰기에 적당한 주제가 있어야 하고, 그 기초가 되는 인물들이 흥미로워야 한다는 점에서 장편소설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작가 입장에선 마감의 압박도 적다. 단편집은 문예지 등에 주기적으로 작품을 발표한 다음 묶는 것인데, 연작은 발표 시기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문학과지성사 대표인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가볍고 짧은 호흡을 선호하는 요즘 독자들에게는 연작의 일부를 읽으면 전체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출판사 입장에서도 ‘연작’이라는 점을 강조해 문예지에 단편을 내면, 단편이 모일 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마케팅이 된다”고 했다.
최근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소설의 영상화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설가 천선란은 지난달 예스 24에 연작 ‘이끼숲’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작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롱리스트(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의 연작 ‘대도시의 사랑법’(2019·창비)은 내년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박인성 문학평론가는 “연작소설은 각 단편들이 일종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 중요한 ‘세계관’을 찾는 문화적 트렌드와 맞물려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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