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2023년의 시작을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쯤 단체 메일로 글 하나가 도착했다. 가까운 미래에 선생님을 준비하는 한 교원대학교(교대) 학보사(대학신문)에서 온 메일이었다. 인권활동을 하면서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는 일은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학보사는 조금 다르다. 지성의 탑을 쌓는다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점점 더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 가면서 학보사의 역할 또한 퇴색돼 버렸다. 그러니 학보사에서 요청된 메일 내용을 확인도 하기 전에 제목만 보고도 반가웠다.
온다에 요청한 것은 지난 2월7일, 인천의 한 초등생이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학대 부모는 아이를 때린 것이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원인 중 하나로 체벌과 학대를 분리해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를 알아보고 이것이 정말 분리될 수 있는 개념인지 짚어본다. 또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5일은 101번째 어린이날이었다. 1923년 5월1일 어린이날 선언 중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어다 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100년이 지난 2023년 여전히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청소년 인권단체의 캠페인 문구가 사회적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
체벌이 제도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제도의 변화만큼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의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는 ‘사랑의 매’를 치면 체벌도구를 아무렇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내 아이니까 내 맘대로 하면 어때? 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하는 사회적 통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아동학대 또한 이러한 인식들이 한 겹 한 겹 겹치고 쌓여 끔찍한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세상에서 끔찍한 일이 많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교사나 부모를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한 교육 사상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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