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전세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경기일보 2023. 5.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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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요즘 전세 사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뉴스에는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의 비극적 사건들이 이 사태의 끝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에서 얼마나 더 많은 전세 사기 사례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혹시 나도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맘 졸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연일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만족할 만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 사태는 원칙적으로 모순적인 구조로 돼 있어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대책이 결국은 전세 사기꾼들을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세는 주택임대차에 관한 개인과 개인 간의 계약이며 일종의 사금융이다. 원칙적으로는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워낙 큰 금액이 오가다 보니 국가가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됐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이런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전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운용하는 제도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인류 전체를 놓고 봐도 보편적이지 않은 매우 특이한 제도라는 뜻이다. 그런데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전세는 참으로 이상한 제도다. 임차인(세입자)은 일정 기간 타인의 집을 사용하는 대가로 다달이 소액의 사용료만 지불하면 될 것을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억 단위의 큰돈을 뭘 믿고 생면부지의 개인(임대인)에게 맡기는 것일까? 심지어 임대인 개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전세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것은 단순히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에만 매달린 탓이다. 다달이 소액의 사용료를 아끼려고 거액의 돈을 생면부지의 남에게 맡기는 행위는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최고의 진리를 잊었나? 전세제도가 없어진다고 무주택자의 처지가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전세보다 더 보편적이고 안전하며, 인류 전체를 통해서도 검증된 월세제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세제도를 근본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이므로 전세를 강제로 금지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전세는 철저히 개인 간의 거래와 책임으로 한정시키고 국가의 강제 개입을 없애야 한다. 이를테면 전세보증제도를 폐지하고 전세자금대출도 폐지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없어지면 갭투기를 이용한 주택의 가수요가 없어짐으로 인해 부동산 공급이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집값의 하향 안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월세도 지금보다 더 싸질 수 있다. 전세제도 퇴출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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