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안전이 가야 할 길
얼마 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제1, 2호 1심 판결이 있었다. 각각의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일련의 판결을 보면서 처벌 위주의 안전규제 강화가 과연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처벌 위주의 규제만으로는 재해를 발생시키는 종합적인 요인을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은 기계설비·장치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근로자의 심리, 행동특성, 주변환경, 경영여건 등 종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즉, 재해는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안전은 처벌을 통해 관리상 결함을 최소화하는 제도 개선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안전규제 강화를 넘어 실효적인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재해를 근원적이며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기업의 자율에 기반한 안전관리 체계로 변모해야 한다. 법적인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도 안전 관련 사회적·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고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책임을 갖고 규제 규율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 근로자의 참여와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안전제일의 경영방침과 의지가 시스템화돼야 한다.
둘째, 스마트 안전이 확산돼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은 이상징후 혹은 중대 결함을 조기에 찾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이 같은 기술과 접목된 스마트 안전은 사고 징후 자체를 예측하고 근로자 각각에게 맞춤형 안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근원적 재해 예방이 가능하다. 스마트 안전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 정부는 기업에 할부제, 보조금 지급 등 재정적 지원 확대, 공공조달 입찰 시 가점 부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도 재해로 인한 사후적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스마트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셋째, 현장별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가 정착돼야 한다. 특히 건설재해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 감독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영세하다는 이유로 법률에서 정한 책임과 의무를 간과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 집중도와 여건을 고려해 책임 각성과 지원에 기반한 안전 확보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처벌이 아닌 계도 목적의 근로감독 빈도를 높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각성시키되 접근성 높은 지원 사업과 교육을 동반해 자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안전규제 강화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제적인 재해 예방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시 한번 처벌 위주의 안전관리는 재해 예방의 정답이 아니며 그 이상을 넘어 기업 자율, 스마트 기술, 사업장 특성에 기반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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