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1] 70년 만의 대관식
예상했던 대로, 늙어버린 왕세자의 국왕 대관식은 매력이 덜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만했던 것은 전 세계인에게 ‘상간녀’로 지탄받다가 사십여 년이 흐른 뒤 명실상부한 ‘왕비’가 된 커밀라의 머리 위에 씌워진 왕관이 앞선 두 명의 왕비와 한 명의 여왕이 썼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의 왕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녀가 이번 대관식에서 쓴 왕관은 1911년 찰스 3세의 증조할머니인 메리 왕비가 대관식에서 사용했던 왕관이다.
달걀 크기인 105캐럿짜리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제국주의·식민지 시대 피눈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천 년 전에 채굴된 이 다이아몬드는 19세기 중반 동인도회사에 강탈당했고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쳐졌다. 그 후로 영국 왕비들의 왕관을 장식해 왔는데 커밀라가 그 전통을 조용히 폐기한 것이다.
그것은 70년이나 왕세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찰스 3세 국왕이 봉착한 험난한 앞날과 관련되어 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왕세자 찰스의 인기는 폭락했다. 오죽하면 선대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아있을 적에도 엘리자베스 이후의 왕은 찰스를 건너뛰어 그와 다이애나의 장남인 월리엄이 계승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국 국왕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의 상징적인 수장이면서 동시에 캐나다와 인도, 호주를 위시하여 전 대륙에 펼쳐져 있는 영연방이라고 부르는 국제기구의 사실상의 수장이다. 영국 왕실에 대한 존중이 찰스 3세 시대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대관식 날 엘사의 초조함이 찰스 3세와 오버랩된다. 겨울왕국 OST인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들키면 안 돼/ 알게 해서도 안 돼/ 난 항상 착한 여자아이여야 해/ 감추고, 느끼지 마/ 연기해야 해/ 까딱하면 모두가 알게 될 거야(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Conceal, don’t feel/ Put on a show/ Make one wrong move and everyone will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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