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예전이라면 中에 세웠을 것
한국 일자리가 사라진게 아니라
시장선점 위한 ‘패스트트랙’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면 언제 수출이 호조로 돌아설까 조바심이 난다. 특별히 지난 30년간 한국에 꾸준히 큰 폭의 흑자를 안겨주었던 대 중국 무역이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대 중국 흑자의 감소는 사실 2019년 이전부터 예측이 되었다. 바로 중국이 한국의 강점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립에 성공하고 이차전지와 전기자동차,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구 우위와 중국 젊은이들의 엄청난 노력을 안다면 사실 그동안 한국이 누렸던 무역흑자가 기적이라 생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이 지난 30년간 중국에 지속적으로 흑자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를 받아서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였기 때문이다. 2001년 약 800억달러에 불과하였던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초과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무역 분쟁이 촉발된 2018년에는 약 4,200억달러가 되었으며 이는 지속되기 힘든 무역 불균형이었다. 이에 더불어 타이완과 홍콩 문제 등이 갈등을 더 키운 계기가 되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진영의 블록화를 불러왔으며 우리나라에도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과거의 대 중국 무역흑자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상황의 모면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장기적 비전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흑자를 내던 나라가 타이완인데, 타이완의 경우도 중국의 추격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형편은 훨씬 낫다. 한국 산업의 강점 분야인 휴대폰과 LCD 등의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데 성공한 산업 구조와 매우 유사하지만, 타이완의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제조업은 중국에 비해 훨씬 높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와 독일의 중국 시장 점유는 탄탄한데 바로 중국 기업이 따라잡기 힘든 명품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휴대폰은 중국 시장에서 이제 존재감이 없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함께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공장 건설과 투자 협정이 맺어졌다. 일부 중국의 반발도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중국은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장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중간재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게임과 콘텐츠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힘든 허가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결을 주문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세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공장은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로부터 얻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며 이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한 귀중한 시간 벌기 기회라 생각한다. 엄밀히 따진다면 한국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어야 할 일자리가 미국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50년 전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 산업화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주 의미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대한 일방적 공산품 수출이 아니라 제조와 연구의 상호 협력 등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국내의 산업 구조 개편과 교육, 연구 등의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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