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탄소중립에 효과 없다
지난 4월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가 탄소중립녹색 성장 기본계획’. 기후변화에 관한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이 계획에서 수송 부문 이산화탄소는 2030년에 2018년 대비 약 3700만t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기·수소차를 450만대까지 보급해 감축 목표량의 74%를 줄이겠다는 게 계획의 요체다. 안타깝지만, 계획의 실현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첫째, 전기차는 생각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의 전비(電費)는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5.0㎞다. 연비와 같은 개념이다. 알다시피, 전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데, 전기 1kWh를 생산할 때 478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화력발전 비중이 64%에 달하는 발전구조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로 1㎞를 달리면 96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이다. 휘발유차는 1㎞당 106g(시속 65㎞, 소형차 기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에서 발표하는 배출계수를 이용해 계산한 것이다. 전기차와 휘발유차 간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일반차는 배기구로, 전기차는 발전소에서 배출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더구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의 2021년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2만3800㎞다. 일반 승용차(1만3000㎞)의 1.8배이다. 따라서 실제 전기차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휘발유차 대비 약 1.6배가 된다.
둘째, 전기차 중심 탄소대책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전기차 450만대를 보급하는 데는 구매보조금만 최소 45조원, 최대 90조원이 소요된다. 반면 1000만~20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1대가 감축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127㎏. 450만대를 전부 합해도 연간 57만t 수준이다. 수송 부문 감축 목표량의 1.5%이다. 대략 이산화탄소 1t을 감축하는 데 약 8000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참고로, 자전거 이용자 한 사람이 절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3000㎏으로, 450만명이 자전거를 타면 1350만t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1t의 배출권가격은 약 1만3000원이다. 텃밭농사를 하면서 곧잘 “사 먹는 것이 백배 낫다”는 말을 하는데, ‘배출권을 사는 것이 6000배쯤 나은 선택’인 것이다.
전기차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면, 전기차는 발전구조 전환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수송 부문 탄소중립=친환경차 보급’이라는 공식은 효율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중심의 탄소대책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탄소중립계획에 국가 자전거 분담률 목표를 제시하고 과감한 인센티브와 혁신적인 수준의 자전거 이용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자전거 정책에 소극적이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기후대책이다. 영국에서는 25조원 투자계획을 세웠으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코로나 기간에만 3000억원을 자전거에 투자했다.
전기차가 국가경쟁력이나 산업 부문에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이라는 간판이 아닌 다른 간판으로 바꾸어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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