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 부채 한도 상향 압박… “특별조치도 바닥”

디폴트 재차 경고… 바이든-매카시 회동 앞두고 공화당에 행동 촉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7일(현지 시각)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재차 경고하면서 부채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일(현지 시각)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회동을 앞두고 ‘부채 한도 상향’에 압박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미중 경제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지금 몇 달 동안 특별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닥나고 있다”며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는 한 6월 초에는 우리가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옐런 장관은 매카시 하원의장 등에 서한을 보내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 국채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 토대가 되는, 가장 안전한 기반 채권”이라며 “미국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미국 신용도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무불이행) 날짜가 가까워지는데도 의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금융 시장에서의 후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부채 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가파르게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옐런 장관은 “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며 “대통령이 부채를 계속해서 발행할지를 고려해야 하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된다. 그건 헌법상 위기”라고 답했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이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부채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부채 한도를 둘러싼 협상은 교착 상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월 부채 한도 도달에 따라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며 의회에 부채 한도를 상향 혹은 적용 유예를 요청했지만,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과 재정지출 삭감을 연계할 것을 요청했고 백악관이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오는 9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 한도 상향을 놓고 협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