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광풍에…증시, 대형주 쏠림현상 심해졌다

김인경 2023. 5.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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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총 10위 비중 1년새 2.07%p 증가
코스닥 시총 10위 비중 7.34%p 급증하며 20.74%
2차전지 과열현상에 외국인 반도체 '사자'가 원인
"경기나 실적에 대한 확신 없어" 지적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최근 증시에 대형주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스피 부동의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강세를 보이는 데다 2차전지 붐이 이어지며 코스닥 내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2차전지주에 대한 집중이 심화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코스피 전체 대비 37.51%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날(35.44%)보다 2.07%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005930)의 비중이 16.13%에서 16.30%로 0.17%p 올랐다.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감산’ 결정 이후 최근 한 달간 주가가 순항하며 전체 코스피 내 비중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요인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시가총액 비중은 1년 전 3.74%에서 현재 5.53%로 1.79%p 늘었다.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년간 38.40% 오르며 5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코스피 주가 추이에서도 대형주의 오름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 100개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는 1월 2일부터 현재까지 12.79% 올랐다. 같은 기간 중형주의 상승률(5.60%)이나 소형주의 상승률(12.64%)보다 뚜렷한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쏠림 현상은 코스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년 전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코스닥 전체 대비 13.4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74%에 달한다. 1년 만에 7.34%p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종목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시가총액 비중이 2.98%에서 6.08%로 3.10%p 늘어났다. 올해 초 2차전지주 돌풍의 핵심이었던 만큼, 주가도 1년 사이 98.01% 급등한 바 있다. 엘앤에프(066970)는 지난해 5월 코스닥 시총 3위에서 현재 4위로 밀렸지만, 시가총액 내 비중은 2.10%에서 2.28%로 오히려 0.18%p 상승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스닥에서도 대형주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코스닥 대형주는 연초 대비 37.81% 오르며 중형주(14.06%)나 소형주(14.19%)의 오름세를 압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증시의 ‘쏠림’을 반영하는 만큼, 호재는 아니라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실제 삼성전자(005930)는 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를 9조3474억원 사들이는 가운데 8조741억원이 몰리며 ‘러브콜’을 받았다. 코스피 시총 2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나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247540) 모두 2차전지 광풍 속에 덩치를 키웠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의 경우 대형주가 오르면 수출경기가 좋거나 거시 상황이 좋았기 때문인데, 이번은 좀 다르다”라며 “전형적으로 ‘오르는 놈만 오르는’ 장세가 되며 개인은 2차전지, 외국인은 반도체를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대형주가 오르는 것으로 해석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과 금융환경(유동성)의 충돌로 가격 방향성은 만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해 일시적인 쏠림이 진행되고 있는 전형적인 추세 실종 장세”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들어 2차전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1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며 쏠림 현상이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테마나 소수 종목의 쏠림 현상이 심했는데, 이는 경기나 실적 반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기계,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최근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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