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공해 심각…여야, 법 개정 나설까

신진환 2023. 5.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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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에 전국 곳곳 '몸살'
옥외광고물법 개정 상당 기간 걸릴 전망

정당들이 무분별한 현수막을 전국 곳곳의 길거리에 내걸어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대 당을 비방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송다영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부가 정당 현수막 관리를 강화했다. 안전사고 위험을 낮추고,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제 철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수막 공해'가 줄어들지 미지수다. 국회 차원의 법 재개정이 시급하지만 관련 법안 처리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치며 정치 혐오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법(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된 이후 여러 정당이 마구잡이로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정당 명칭과 설치업체의 연락처만 기재되면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최대 15일 동안 아무 장소에 게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 게시 기간까지 철거를 강제할 수도 없어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 각 정당이 내건 현수막에는 대체로 자극적인 비방 문구로 채워져 시민의 불만이 크다. 또한 낮게 설치된 현수막에 신체 일부가 걸려 낙상하는 등 법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 안전사고가 8건이나 발생했다. 현실적인 제재 장치가 없다 보니, 폭증하는 민원에 시달린 전국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등 행정력도 소모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오는 8일부터 시행되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지난 4일 발오표했다.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정당 현수막 설치가 금지되며, 현수막은 보행자가 통행하거나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끈의 가장 낮은 부분이 2m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정당 외 단체명이 표기되거나, 당원협의회장이 아닌 일반 당원 이름이 표기된 현수막은 통상적 정당활동에 따른 현수막이 아닌 것으로 보고, 설치가 금지된다. 이렇게 표시 방법이나 설치 방법을 위반한 정당 현수막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철거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8일부터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 정당현수막 설치를 금지하고, 2m 이하 높이에도 설치를 제한한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한창섭 행안부 차관. /뉴시스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현수막 관리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결국 정당의 현수막이 남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정치권에서도 정당 현수막 난립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8일 정당현수막의 장소·개수·규격 등에 대한 제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달 4일 정부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 수렴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당 현수막 관리를 위해 현수막 설치 관련 제한 규정을 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14일 대표발의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당이 현수막을 설치하는 경우 시장 등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화 △현수막 설치장소 및 개수·규격 등에 대한 제한 추가 △이를 위반하면 강제 철거 명령 등 행정적 조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 외 비슷한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4건 더 발의돼 있지만, 21대 국회 임기 안에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 현수막의 필요성은 갈수록 더 커진다. 또한 해당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등 절차상의 이유도 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야당이 현수막 난립 문제에 관해 공유하다가 조금은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야당과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한 지 너무 가까운 시기에 또 이런(법 개정) 문제가 있어 (국민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정당 현수막 난립 원인에 대해 "지난해 우리 당 김민철 의원 법안은 동마다 하나씩 정당별로 현수막을 게시하자고 했지만, 당시 행안부에서 반대했다"고 짚었다. 이어 "법안이 발의돼서 상임위에 넘어오면 숙려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이 아직 안 된 것"이라며 "절차대로 가려 하는 것일 뿐, (민주당이 정당 현수막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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