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이상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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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년 앞두고 집권 여당을 지지하지 않고 거대 야당도 좋아하지 않는 무당파 중도성향 유권자가 부쩍 늘어났다.
기존 정당이 '제3의 길'을 가면 이런 정당이 설 자리가 없겠지만, 양극화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 정치는 이런 정당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2016년 총선에서 '제3당 정치혁명'을 내걸고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분오열해서 스러져 간 국민의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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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새 정당에 대한 욕구 팽배
신생 정당에 불리한 보조금과 규제 혁파해야
20대 국회 국민의당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총선을 1년 앞두고 집권 여당을 지지하지 않고 거대 야당도 좋아하지 않는 무당파 중도성향 유권자가 부쩍 늘어났다. 기존 양당이 그들의 행태와 철학을 바꿀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한 욕구에 부응해서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정치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길을 걷겠다는 정당을 흔히 '제3지대' 정당이라고 지칭한다. 기존 정당이 '제3의 길'을 가면 이런 정당이 설 자리가 없겠지만, 양극화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 정치는 이런 정당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했던 정당으론 영국 자민당과 독일 자민당을 들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두 자민당은 보수당과 노동당, 그리고 기민당과 사민당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독일 자민당은 좌우 양쪽과 연정을 구성하는 등 오랫동안 정치 안정에 기여해 왔지만 근래에는 강성 진보정당과 강성 우익정당의 대두로 전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자민당은 2015년 총선에서 참패해 제3당으로서의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탈리아와 북유럽 국가에서는 새로운 우익정당이 집권세력으로 부상하고 중도를 지향하는 정당은 쇠퇴하고 있다. 유럽에선 비례대표제가 그런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가 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도는 제3당과 신생 정당에 불리하게 작동한다. 다만 우리는 비례대표를 두고 있어 전적으로 소선구제에 의존하는 영국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우리의 정당 시스템은 무소속 출마를 금지하고 정당 설립을 어렵게 한 3공화국 헌법과 정당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것은 집권세력이던 공화당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1987년 민주화와 2005년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의 설립과 유지가 용이해졌지만 새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존립을 유지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우리는 국민세금으로 원내 정당에 경상비를 보조하고 선거 보조금도 별도로 지원한다. 이에 따라 기존 정당, 특히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막대한 특혜를 향유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당을 만들어서 이 같은 기득권을 누리는 기존 정당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새 정당을 창당한 후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의원들을 규합해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희한한 풍경이 생기는 것도 보조금을 타내기 위함이다. 정당에서 노선과 정책을 두고 분열이 발생해도 각자 갈라져서 제 길을 가기보다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추악한 투쟁을 하는 것도 기존 정당이 향유하는 혜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듯 정당도 재산과 보조금을 분할해서 분당할 수 있게 한다면 이미 다당제가 정착됐을 것이라는 유머가 있다.
현행 정당법은 중앙당 외에도 5개 시·도당을 두어야 하는 등 규제가 많다. 당원 관리와 회계 보고 등 번거로운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 정당과 미니 정당은 감당하기 어려운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지게 된다. 당원 중심의 오프라인 정치 시대에 만들어진 현행법을 미디어와 온라인이 정치를 주도하는 요즘 시대에 걸맞게 개정할 필요도 있다. 천신만고로 정당을 만들어 원내 의석을 확보한다고 해도 정당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2016년 총선에서 '제3당 정치혁명'을 내걸고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분오열해서 스러져 간 국민의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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