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갈 길 먼 한·미 우주 협력
양국간 우주협력 공동성명 발표
日과 비교해선 아직 걸음마 단계
달 연구 등 구체화 노력 이뤄져야
“과학자, 엔지니어 등 1만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우주센터 방문은 한·미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미 의회 연설, 윤 대통령이 노래를 부른 국빈만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 중요성은 어떤 분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현실로 다가온 우주 탐험과 개발, 우주경제, 우주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미칠 파급력이 작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미 온라인매체 기자 크리스티나 앤더슨은 먼저 기자에게 다가와 “한·미가 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요즘처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안보 분야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행사와 비교하면 한·미의 우주 협력 공동성명은 초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나사가 서명한 A4용지 한 장짜리 공동성명서에는 △우주 통신 및 항법 분야 △달에서의 과학기술 연구 △우주과학 분야 △달 표면에서의 생물학 및 물리과학 연구, 로봇 공학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단일 협정 또는 협정들을 체결하는 데에 상호 의향이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한국에 출범할 계획인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을 포함해 양자 간 적절한 연락 창구를 공유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직 설립도 안 된 기관과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니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우주 협력 분야에서 한국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지난 1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나사 본부에서 우주 협력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A4용지 18장 분량의 협약문에는 △달을 포함한 우주 과학과 기술 △달 및 우주 운영 및 탐사 △항공 과학·기술 △우주 기술·운송 △안전보장 등의 협력 강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양국 간 공동 활동으로 △우주선 및 우주 연구 플랫폼 사용 △승무원 우주 비행 △관측 로켓 및 과학 풍선 사용 △추적 및 데이터 수집을 위한 지상 기반 안테나 사용 △지상 기반 우주 연구시설의 사용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특히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정적 준비 △세금 및 관세 △인력 출입국 및 거주 △비행 허가 △상품 기술 데이터 이전과 공유 △등록 및 관할권에 이르는 세부 항목이 빼곡히 담겼다.
우주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이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오랜 시간 우주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온 일본과 비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우주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협정을 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한·미 우주 협력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고, 협정 체결로 가는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성명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는 윤석열정부의 숙제다. 윤 대통령의 12년 만의 국빈방문이 화려하게 마무리됐다면 이제 내실을 기할 때다. 꼭 우주 협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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