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고무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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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든 '개딸'(개혁의 딸,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은 "송영길은 청렴하다"는 고성을 난사했다.
'2021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파리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온 인천공항의 정경이다.
민주당은 나는 모르는 일이고, 실무진에서 한 일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송 전 대표의 말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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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는 사건이 알려진 뒤 대체로 묵언으로 남의 일처럼 딴청을 피웠다. 민주주의의 화신을 자처하는 적극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대신 그 정도의 액수는 기본경비나 실비 수준이라며(정성호·장경태·이성만 의원 등) 그 정도 돈 안 쓴 자 어디 있느냐는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 여인에게 돌 던질 자 누구냐’는 성경의 참뜻을 희롱하는 궤변이다.
민주당은 나는 모르는 일이고, 실무진에서 한 일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송 전 대표의 말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있다. 대신 재난(?)이 닥치면 우선 ‘검찰 탄압’, ‘정치적 기획수사’ ‘협박 수사’로 몰아붙이는(전재수 의원 등) 방식의 대응으로 응수했다. 송 전 대표도 지난 2일 공식적인 소환 없이 멋대로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나서 ‘정치 수사의 피해자’를 호소하고 무고함을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프랑스의 최고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유일한 정치인임을 강조하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자신을 구속하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 누리기 힘든 특권의식을 통 크게 발휘했다.
돈봉투, 귀국 공항, 개딸, 기자회견, 훈장, 특권의식, 검찰 탄압 주장 등 우리나라 정치가 지닌 카오스(혼돈)는 이번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수박의원’(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 힘이라는 뜻의 은어) 논란을 부추기며, 민주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개딸’. 민주화의 맏형이라는 86세대 정치인들의 오만과 위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규정과 법을 멋대로 해석하고 제정하는 고무줄 잣대(sliding scale).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인 ‘법 앞에 평등’이 이 모든 카오스를 압도하고 시시비비를 밝혀내기 바란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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